대규모 예금인출(뱅크런)과 각종 비위로 얼룩진 새마을금고의 혁신을 주도할 차기 새마을금고중앙회장 선거일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중앙회 역사상 처음으로 1300여명의 이사장들이 직접 뽑는 직선제로 치러지는 이번 선거에서 당선될 회장의 임기는 사실상 임기 6년짜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선거는 임기 2년의 보궐선거지만 단임제로 바꾸는 개정안이 아직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한 탓에 당선자가 차기 선거에서도 유리한 고지에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총자산 280조 원에 달하는 새마을금고 중앙회장을 뽑는데 선거운동 시작 사흘이 지나도록 개별 후보들의 공약을 찾아볼 수 없어 ‘깜깜이’ 선거라는 비판도 나온다.
10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새마을금고중앙회에 따르면 오는 21일 오후 2시부터 100분간 충남 천안시 MG 인재개발원 실내체육관에서 차기(19대) 중앙회장 선거를 실시한다. 과거에는 대의원 간선제 방식이었으나 처음으로 1291명의 이사장이 참여하는 직선제로 치러진다. 금품수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박차훈 전 회장의 사임에 따른 보궐선거여서 12월 22일부터 시작하는 임기는 2026년 3월 14일까지이다.
정부는 지난달 경영혁신안을 발표하면서 중앙회장 임기를 4년 단임제로 하고, 전무이사와 지도이사를 경영대표이사로 통합해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또 이사 임기를 2년으로 단축하는 내용도 담았다.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은 이러한 내용을 골자로 하는 ‘새마을금고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지난달 17일 대표 발의했으나 아직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위에서 논의되지도 못한 상태다. 총선을 앞두고 국회의원들이 적극적이지 않아 회기내 처리가 가능할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행안위 소위에서 아직 검토되지 않고 있는데 올해 추가 소위에서 논의하려고 한다”며 “회기 말 민생법안에 밀릴까 걱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신임 회장은 2026년 20대 선거에서 다시 출마를 할 수 있다. 현재 1회 연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19대 당선 회장의 경우 큰 비위만 없다면 ‘현역 프리미엄’ 등을 감안할 때 차기 20대 선거에서도 상당히 유리한 고지에 오를 수 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앞선 신종백 전 중앙회장(15대, 16대)과 박차훈 전 중앙회장(17대, 18대) 모두 무난하게 연임에 성공했다.
이번 선거에는 우기만 남원금고 이사장, 이현희 북경주금고 이사장, 이순수 전 안양남부금고 이사장, 최천만 부평금고 이사장, 송호선 MG신용정보 대표, 김인 전 중앙회 직무대행(남대문금고 이사장), 김현수 전 중앙회 이사(더조은금고 이사장), 김경태 우리용인금고 이사장, 용화식 송정군자금고 이사장 등 9명(기호순)이 출사표를 던졌다. 후보자는 8일부터 20일까지 선거공보, 전화, 문자메시지, 전자우편을 이용해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다만 이번 선거는 대규모 예금인출 사태와 각종 비위 척결, 그리고 감독권 이관 등 굵직한 현안이 산적한 중앙회를 혁신할 수장을 선출하는데도 이날까지 중앙회 홈페이지에는 아무런 공보물도 올라와 있지 않다. 별도 토론회도 없이 투표 당일 시작 1시간 30분 전에 합동연설회 한 차례만 열릴 뿐이다. 이마저도 연설시간은 단 5분이다. 이 때문에 깜깜이 선거가 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후보 간의 비방전도 우려된다. 예상과 달리 9명이나 후보가 난립하면서 “특정 지역 표를 빼앗아 오기 위해 출마시켰다” “기존 박 전 회장 인사들은 책임을 지워 다 쳐내야 한다” 등의 흑색선전이 난무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후보자들 대다수가 감독권의 금융위원회 이관에는 동의하면서도 정부가 발표한 경영혁신안에 강한 반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인 전 회장직무대행은 서울경제신문과 통화에서 “경영혁신자문위원회가 발표한 내용은 직무대행일때 저한테 보고한 적도 없었고, 고칠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김현수 전 이사는 “대손충당금 적립을 강화하고, 유동성 비율과 예대율 기준을 타 상호금융권과 동일한 수준으로 개선하는 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금고 실정에 맞지 않는 옷을 입히려 한다”고 지적했다. 이순수 전 이사장도 “감독권은 일괄적으로 금융위에서 하는 게 맞다고 본다”며 “건전성 강화 조치는 현 경제상황을 봤을 때 빠르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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