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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 된 점·선·면…한국추상을 다시 보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서 '기하학적 추상미술'展

단색화 이전의 미술사조 한눈에

박서보·윤명로 등 150여점 전시

거장 윤형근作도 54년만에 첫선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기하학적 추상미술’ 전시가 열리고 있다. 사진 제공=국립현대미술관




미술 교과서에 등장하는 피터르 몬드리안과 바실리 칸딘스키는 20세기 추상화를 상징하는 인물들이다. 그들은 점·선·면으로 대표되는 기하학적 추상을 통해 원색의 차가운 느낌의 추상화 화풍을 주도했다. 기하학적 추상은 1920년대 우리나라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최근 10년간 K아트를 이끌어 온 화풍은 단색화이지만 이 단색화의 거장들 역시 기하학적 추상을 통해 지금의 작품 세계를 다잡아 왔다. 한국 추상미술의 계보에서 이같은 단색화 이전의 미술 사조를 추적할 수 있는 대규모 전시 ‘한국의 기하학적 추상미술’이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열렸다.

1920~1970년대 한국 대표 추상미술가 47인의 작품 150여 점과 아카이브 100여점을 볼 수 있는 이번 전시는 한국 기하학적 추상미술의 시대별 양상을 5개 섹션으로 구성하고 있는데 그 중 미술과 건축의 관계를 주목한 부분이 눈에 띈다. 박서보, 윤명로, 윤형근, 전성우, 하종현 등의 작가들은 1960년대 한국의 가옥 문화가 아파트로 본격적으로 바뀌면서 한국 미술의 외연을 확장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건축가들과 접점을 찾는데 몰두했다. 특히 윤형근은 김중업·김수근 등 당대 대표적인 건축가와 교류하며 미술과 건축의 관계에 관심을 가지기도 했다.

윤형근이 1969년 상파울루 비엔날레에 작품을 출품한 모습. 서지혜 기자




윤형근, '69-E8'(1969). 사진 제공=국립현대미술관


전시에서는 현재 한국 미술계의 거장이라 할 만한 작가들의 당대의 고뇌를 느낄 수 있는 ‘반전 작품’을 두루 살필 수 있다. 우선 윤형근(1928~2007)을 보자. 지금까지 알려진 그의 대표작은 대개 노란색과 황토색의 중간쯤 되는 누런색과 먹색으로 표현돼 있다. 이번 전시에서 국립현대미술관이 54년 만에 최초로 공개한 윤형근의 1960년대 기하학적 추상 작품 ‘69-E8’(1969)은 빨강·노랑·파랑 등 원색으로 화면을 가득 채워 몬드리안의 작품을 크게 확대한 느낌을 준다. 이 작품은 1969년 브라질 상파울루 비엔날레에 출품된 이후로 사라졌는데, 윤형근의 유족이 재작년 작가의 작업실을 정리하면서 발견해 이번 전시에 출품했다.

박서보(1931~2023)의 ‘유전질’ 역시 뜻밖이다. 우리는 한지에 일정한 간격으로 선을 그은 묘법 작품으로 그를 기억하지만 묘법 이전에 삶의 원형을 드러내는 기하학적 추상작품인 ‘유전질’이 있었다. 이 작품은 한국의 전통 색인 ‘오방색’을 떠올릴 정도로 화려하고 강렬하다.

시대를 잠시 풍미한 기하학적 추상은 한국적인 정신을 강조하는 단색화와 1980년대 민중 미술이 등장하면서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차가운 느낌을 주는 색과 소재가 지나치게 장식적이라는 평가도 받았다. 기하학적 추상 화가들은 이후 디자인과 풍경화 등으로 가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단색화로 나아갔다. 전시는 5월 19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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