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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세 되면 주연 못했는데"…BBC, K드라마 여주인공 변화 조명

'더 글로리' 스틸 / 사진=넷플릭스




영국 BBC 방송이 한국 드라마의 여성 주인공 서사 변화에 대해 주목했다.

BBC는 10일(현지시간) "현재 많은 K드라마에는 사회와 미디어 관행의 중대한 변화를 반영하는 복잡하고 강력한 여성 캐릭터가 등장한다"고 보도했다.

BBC는 넷플릭스 '더 글로리',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예로 들며 "이제 K드라마에는 남성과 마찬가지로 여성 주인공이 나올 가능성도 높다. '더 글로리'는 괴롭힘에 맞서 복수하는 여성의 이야기를 담았고,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는 자폐증이 있는 여성 변호사가 등장했다"고 소개했다.

BBC는 과거 K드라마에 대해 "여성의 역할이 항상 흥미로운 것은 아니었다. 버릇없는 부자 상속자가 용감한 노동계급 소녀에게 반하는 '꽃보다 남자'와 같은 드라마가 과거에 인기를 끈 대표적 작품"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도 부자나 강한 캐릭터가 선호되지만 이제는 그 주인공이 여성일 수 있다"며 남한의 여성 재벌 2세와 북한의 장교가 사랑에 빠지는 내용을 담은 히트작 '사랑의 불시착'을 예로 들었다.



'닥터 차정숙' 스틸 / 사진=JTBC


20년 넘게 가족만을 위해 살아온 가정주부가 의사로 새로운 삶을 살게 되는 과정을 그린 '닥터 차정숙'의 배우 엄정화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차정숙은 '엄마로서 몫을 다 했다'고 말하면서 꿈을 찾아가는데, 그의 여정이 믿을 수 없을 만큼 감동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데뷔 당시에는) 30세가 되면 주연을 맡을 수 없었고 35세가 넘으면 어머니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정말 재능있고 아름다운 여성이라도 나이 때문에 화면에서 사라졌을 것"이라고 떠올렸다.

다수의 드라마에서 강인한 여성 캐릭터를 개척해 온 백미경 작가는 "두 중년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 '품위있는 그녀'가 성공하기는 했지만, 처음에는 이 드라마를 제작하려는 방송사를 찾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드라마 최초로 여성 슈퍼 히어로 캐릭터가 등장한 '힘쎈여자 도봉순'이 성공을 거둔 후에야 방송국이 제작을 결정했다고 떠올렸다. 그는 "내 드라마 이후로 여성 캐릭터는 더 적극적이고 힘이 넘치며 멋지고 독립적으로 변했지만 아직 만족스럽지 않다. 판도를 바꾸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BBC는 요즘 K드라마에서는 폭력을 행사하는 여성도 나온다면서 '마이네임'을 예로 들었다. 아버지를 죽인 범인을 찾기 위해 경찰에 잠입한 딸의 복수를 다룬 이 드라마에는 강도 높은 액션은 물론이고 정사 장면도 등장한다.

BB는 한국 드라마 여성 캐릭터의 변화를 두고 "경제 발전에 따른 여성의 지위 변화, 향상된 교육 수준, 사회적 성공의 갈망, 자금력이 풍부한 넷플릭스 등 스트리밍 서비스 회사들의 투자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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