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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ASML 손잡고 TSMC 추격나서…尹 "반도체 혁신에 기여" 당부

[韓·네덜란드 반도체 동맹]

◆'반도체 선도국' 굳히기 나선 尹

尹, 기내서 직접 전략회의 주재

韓기업 장비 확보 외교로 힘싣기

삼성, ASML과 초미세 공정 개발

SK는 수소가스 재활용 기술 협력





네덜란드를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벨트호벤 소재 ASML 본사에서 열린 한-네덜란드 반도체 기업인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태원 SK그룹 회장, 피터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 윤 대통령, 빌럼-알렉산더르 국왕,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벨트호벤=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네덜란드 국빈 방문을 계기로 대한민국이 초미세공정 반도체 시장에서 경쟁력을 한층 강화할 계기를 마련하게 됐다.양국 관계가 ‘반도체 협력’을 넘어 사실상 ‘반도체 동맹’으로 격상됐다. 특히 반도체 분야 파운드리의 강자인 대만 TSMC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초미세 반도체 가공 장비 등의 뒷받침이 필요한데 윤 대통령의 이번 행보로 해당 장비 공급을 독점하고 있는 네덜란드 ASML과 결속을 다지는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尹, 왕복 4시간 감내하며 ASML 방문=윤 대통령은 이12일(현지시간) ASML을 방문해 "ASML의 혁신으로 전세계 반도체 산업은 한 자릿수 나노미터 시대로 진화했다"며 "한국기업들과 긴밀히 협력해 반도체 혁신과 글로벌 공급망 안정화 노력에 기여해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또 "한국과 네덜란드 반도체 동맹이 더욱 굳건해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국빈 방문 때 기내에서 반도체 긴급회의를 한 데 이어 네덜란드 현지에서 왕복 4시간 거리의 ASML을 직접 방문하는 ‘반도체 순방’에 나선 것은 반도체가 이제 더 이상 기술 부품이 아닌 안보 자산이자 전략자산이 됐기 때문이다. 11일(현지 시간) 박춘섭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현지 브리핑에서 “이번 순방은 한마디로 ‘반도체 순방’”이라며 “인공지능(AI)·양자·바이오뿐 아니라 첨단 무기까지도 반도체 성능에 의해 좌우된다”고 설명했다.

네덜란드를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빌럼-알렉산더르(왼쪽) 네덜란드 국왕이 12일(현지시간) 벨트호벤 소재 ASML 본사에서 양국 정상의 동반 방문을 기념하는 문구가 새겨진 웨이퍼에 서명하고 있다. 벨트호벤=연합뉴스


ASML은 장비 구매사인 글로벌 반도체 제조사들마저 좌지우지하는 슈퍼 을(乙)로 평가돼왔다. 그런 기업이 삼성전자와 손잡고 국내에 차세대 반도체 제조 기술 연구개발(R&D)센터를 건립하기로 한 것은 삼성전자의 노력·역량에 더해 윤 대통령의 세일즈 외교 지원이 효과를 냈기 때문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1월과 올해 7월 페터르 베닝크 ASML 회장을 두 차례 만나 한국에 대한 투자 확대를 요청한 바 있다. 극자외선(EUV)을 노광해 초미세공정으로 반도체를 가공하는 장비를 독점해온 ASML과 공동 연구를 한다는 것은 대한민국이 차세대 반도체의 미래를 선도할 수 있는 초석을 마련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SK하이닉스가 ASML과 협업하는 EUV용 수소가스 재활용 기술 공동 개발 역시 한국 기업의 경쟁력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EUV 장비 내부의 광원 흡수 방지용 수소가스를 소각하지 않고 재활용하는 기술을 공동 개발하는 것인데, 재활용 기술을 통해 EUV 한 대당 전력사용량을 20% 감축해 연 165억 원의 절감 효과가 기대된다.

양국이 향후 5년간 반도체 미래 인재 500명을 공동 양성하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박 수석은 “인재를 같이 키우고 노하우를 공유하는 것은 진정한 반도체 동맹만이 할 수 있는 일이며 양국의 반도체 분야 미래 세대들의 교류가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네덜란드를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빌럼-알렉산더르 네덜란드 국왕이 12일(현지시간) 네덜란드 벨트호벤 소재 ASML 본사를 방문해 웨이퍼에 남긴 서명. 2023.12.12 kane@yna.co.kr (끝)


◇파운드리 진검 승부…韓에 청신호=이번 한·네덜란드 ‘반도체 동맹’ 체결로 파운드리 1위 TSMC를 맹추격하고 중국을 따돌리고 있는 삼성전자의 행보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3㎚(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을 파운더리 생산라인에 적용하는 양산에 성공한 바 있다. TSMC와 인텔도 3나노 양산에 뛰어들면서 파운더리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반도체 초미세공정에 필수적인 극자외선(EUV) 장비를 독점 생산하는 ASML과의 협력이 더욱 필수적이다. 현재 7나노 이하 반도체 칩은 EUV 장비 없이는 생산이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의 정설이다. 중국 스마트폰 생산 업체인 화웨이가 올해 8월 출시한 ‘메이트 60 프로’ 스마트폰에 7나노 공정 5세대(5G) 통신 칩을 탑재해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지만 이는 EUV보다 한 단계 아래 기술인 심자외선(DUV) 장비를 이용해 기술적 한계를 보였다. EUV 대신 DUV 장비로 7나노 이하 칩을 생산하면 품질과 가격 면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안덕근(앞줄 왼쪽)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제프리 반 리우웬(오른쪽) 네덜란드 통상개발협력 장관이 12일(현지시간) 네덜란드 벨트호벤 소재 ASML 본사에서 한-네덜란드 첨단반도체 아카데미 설립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빌럼-알렉산더르 네덜란드 국왕이 뒤에 서서 흐믓한 표정으로 서명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벨트호벤=연합뉴스


이 때문에 삼성전자도 그동안 ASML과 협력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베닝크 회장과 수시로 만나 의견을 교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간 시장점유율에서 TSMC가 삼성전자에 앞서다 보니 장비 확보 여건에서도 TSMC에 유리한 상황이었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3분기 기준 12.4%로 TSMC(57.9%)를 따라잡으려면 특단의 전략이 필요했다. 그런 맥락에서 삼성전자로서는 ASML과의 협력 강화는 필수였다. 이번 협력 강화를 바탕으로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1위를 차지하겠다는 삼성전자의 목표 달성에도 디딤돌이 마련됐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과 TSMC가 본격적으로 생존경쟁을 펼칠 2나노 공정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ASML이 생산하는 차세대 EUV 장비를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며 “연간 20대 남짓인 차세대 장비를 선점하기 위해 삼성과 TSMC에 인텔까지 가세해 치열한 물량 확보전이 펼쳐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네덜란드 벨트호벤에 위치한 ASML 본사에서 빌럼-알렉산더르(왼쪽 두번째) 네덜란드 국왕, 이재용(〃첫번째)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다섯번째) SK그룹 회장 등과 ‘클린룸’을 둘러보기에 앞서 피터 베닝크(〃네번째) ASML 최고경영자(CEO)의 안내를 받으며 방진복을 착용하고 있다. 벨트호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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