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신문 독자권익위원회가 8일 서울 종로구 중학동 서울경제 편집국 중회의실에서 올해 마지막 정례 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에는 현정택 위원장(정석인하학원 이사장)을 비롯해 김세호 위원(전 건설교통부 차관), 양준모 위원(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심상민 위원(성신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최진녕 위원(법무법인 CK 대표변호사), 김희숙 위원(한국과학기술연구원 소프트융합소재연구센터장) 등 위원 전원이 참석했다. 서울경제 독자권익위원회 차기 회의는 내년 3월 8일 열릴 예정이다.
12월 정례 회의에서 위원들은 최근 3개월간의 보도 경향에 대해 토론하는 한편 지난 1년간 서울경제 전반의 방향성과 개선 방안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했다. 우선 최진녕 위원은 최근 서울경제의 기획 보도 가운데 ‘마약과의 전쟁 500일(상·중·하)’ 연속 보도를 호평했다. 최근 국내 마약 관련 문제가 잇따라 터지는 가운데 시의적절했으며 내용도 충실했다는 평가다. 최 위원은 “특히 상편은 태국 마약에 관한 르포 기사를 바탕으로 태국의 대마초 합법화가 국내 마약사범 증가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 충격적이었다”며 “현지 마약 실태를 고발하는 수준을 넘어 마약청 수사국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한국 관광객의 마약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운 점이 인상 깊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마약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기사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생각”이라며 “앞으로도 마약 문제에 경종을 울리고 더욱 깊이 있는 대책을 요구하는 보도로 사회에 이바지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희숙 위원은 인공지능(AI), 로봇, 스마트공장 등 과학기술 혁신과 관련한 보도 전반을 높게 평가했다. 김희숙 위원은 “서울경제는 산업 및 사회의 자율화·고도화 요구에 따른 로봇·AI 분야 기술 및 국내외 도입 현황은 물론 규제 필요성에 이르기까지 굉장히 다양한 주제를 꾸준히 다루고 있어 유익하다”고 말했다. 다만 위원회 초반부터 지적했던 것처럼 어려운 과학기술에 대해서는 약자로 기술하기보다 전체 영어 표현을 함께 표기해 독자들의 이해를 도우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전문적 지식이 부족한 독자 입장에서는 보도가 불친절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김세호 위원은 “모든 기업들이 AI 사업을 하거나 AI를 활용한 서비스를 한다고 하는데 소개가 간략하다 보니 기업별로 어떤 차별점이 있고 의미가 있는 행보인 건지 이해하기 어렵고 아쉬운 지점들이 있다”며 “우리 기업들과 우리나라의 AI 기술 수준과 진짜 경쟁력에 대해 객관적인 시각에서 기사를 써주면 굉장히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인구 보도에 관해서도 의견이 다소 엇갈렸다. 김희숙 위원은 9월 20일 ‘축소사회 한국, 이민정책의 대전환’이라는 주제로 열린 ‘서울경제 미래컨퍼런스 2023’이 심각한 인구 문제의 현황을 밝히고 그에 대한 해법을 찾기 위해 진행한 시의적절한 행사라고 평가했다. 반면 김세호 위원은 인구 문제의 경우 일회성 이벤트로 접근하기보다 꾸준한 관심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세호 위원은 “우리나라 인구 감소 문제는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으며 정치·경제·사회 등 모든 영역에서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절실한 과제”라며 “인구 문제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고민하고 논의를 해야 하는데 서울경제가 다른 신문보다 조금 무심하게 다루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는 이어 “인구 관련 정부 통계나 새로운 데이터 등을 단순하고 단편적으로 보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급 효과 등을 심층적으로 분석해 정부의 주의를 촉구하는 언론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위원들은 11월 치러진 대학수학능력시험과 관련한 보도에 대해서도 주요하게 논의했다. 수능 제도에 의미 있는 변화가 있었는데도 학생과 학부모가 참고할 만한 교육 관련 기사가 다소 부족했다는 지적이 주를 이뤘다. 김희숙 위원은 “우리나라 국민의 절반 이상이 수능에 관심이 높을 텐데 교육 제도의 변화 방향과 같은 교육 기사를 조금 더 다뤄줬으면 한다”고 했고 최 위원도 “통상 수능을 앞두고 시험에 대비해 주목할 만한 점을 다룬 기획 기사 등이 나와 아이들에게 보여주고는 했는데 올해는 전혀 없었다”고 했다. 양준모 위원 역시 “수능 규제와 관련해 면밀한 검토는 기본이고 1년 이상 모의 테스트도 해보는 등 시간을 갖고 전체적으로 손질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올해는 갑작스러운 제도 개편이 있었다”며 “체감 수능 난도가 높아진다는 불만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고 내년 재수생도 급증할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앞으로 교육 개편 등을 논의하는 후속 보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산세계박람회(부산엑스포) 유치 관련 보도에 대해서도 비판적 의견이 나왔다. 양 위원은 “2030 엑스포 유치 보도는 국민의 판단에 도움을 주지 못한, 국민의 알 권리가 침해된 보도였다”며 “앞으로는 상대국들의 유치 전략과 판세 등에 관한 취재를 통해 우리 전략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심층 보도 형태로 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유치 실패 후 ‘오일머니 맞서 막판까지 도전’이라는 제목이나 유치 실패를 부산 시민이 반긴다는 보도 등도 독자 입장에서 이해할 수 없으며 적절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현정택 위원장 역시 “서울경제도 다른 모든 신문과 마찬가지로 유치 활동 중에는 정부·기업 활동을 소개하며 유치 기대감을 불어넣고 발표 후에는 정보 부족 및 관계자의 책임 등 실패 원인을 다뤘다”며 “하지만 언론 역시 경제적 비용 효과를 분석하거나 유치 활동에 매달린 기업 총수들의 기회 비용을 따져봤는지 반성하고 변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우리나라와 달리 타국은 경제·환경 등의 문제로 국제 행사 유치에 오히려 소극적”이라며 “우리도 국제 행사의 예비타당성조사를 거치도록 하고 있지만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태인 만큼 합리적으로 손질하기를 권하는 취재 보도도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위원들은 신문 전반의 개선 사항에 대해서도 고견을 밝혔다. 심상민 위원은 신문이 조금 더 친절해질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전했다. 심 위원은 “뉴스 리터러시(문해력)의 측면에서 대부분 기사들이 취약한 가독성으로 뉴스 읽기의 효과를 저해하고 있어 전반적인 손질이 필요해 보인다”며 “마약과의 전쟁 500일 같은 기획 보도도 내용은 좋지만 기획을 왜 하는지, 취지와 배경은 무엇인지 등을 제목을 통해 선명히 드러내지 못해 수월한 뉴스 읽기를 가로막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전면 인터뷰 기사만 해도 ‘서경이 만난 사람’ ‘이 사람’ ‘CEO&스토리’ ‘청론직설’ 등으로 구분하는데 독자 입장에서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정기 구독을 하는 독자라면 이해할 수도 있겠지만 처음 서울경제를 본다거나 뉴스를 모바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단발적으로 소비하는 독자에게는 전혀 어필하지 못하는 형태인 만큼 서울경제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통합적 관리가 필요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현 위원장도 인터뷰 기사에 대해 “사진과 기사라는 전형적인 편집보다 인포그래픽을 넣는다거나 돋보이는 레이아웃을 하는 식으로 주목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며 “예를 들어 11월 20일자로 보도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인터뷰는 노동법 개혁을 앞두고 노동정책 최고책임자를 인터뷰했는데 평이하게 기사로 쓰기보다 노동 전문 기자가 그의 발언을 집중 분석하는 식으로 보도했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고정 인터뷰라도 시의적절한 발언이나 중요도 높은 의제가 나왔다면 1면에 기사를 뽑는 식으로 의제를 더 키울 수 있는 구성을 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더했다.
기존 루틴을 벗어나 독자들이 읽을거리를 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공통되게 나왔다. 심 위원은 “연말 재계 인사가 이어지는데 단순히 보도 자료에 기반해 기사를 쓰기보다는 인사의 맥락과 의미를 기자가 해석해준다면 경제지가 제공할 수 있는 프리미엄 기사로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양 위원도 “우리나라에는 최고경영자(CEO) 시장이 없다”며 “CEO의 성과를 비교 분석할 수 있는 보도를 꾸준히 한다면 서울경제만의 특색을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서울경제가 온 가족이 반기는 신문이면 좋겠다”는 지적도 했다. 문화면이나 맛집 소개 등 가족 모두가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기사량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현 위원장 역시 “문화면에 대한 비중을 늘리고 사진 등도 잘 구성해 독자들의 눈길을 끌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보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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