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과 군인이 극단 선택(자살)으로 순직을 신청한 건수가 지난해 급격하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군인의 경우 심각한 수준이라는 지적까지 뒤따른다.
13일 노동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과 국회에서 연 '2022년 산재 자살 현황 국회 토론회’에 따르면 작년 공무원의 자살 순직 건수는 49건으로 전년 26건 대비 88% 늘었다. 2011년 8건을 기록한 시청 건수는 2012~2015년까지 매해 20건을 넘지 않았다. 2016~2021년에도 30건을 넘은 적이 없다. 작년 순직 승인율도 45%로 2011년 이래로 최고치다.
이 결과는 공직 사회 특유의 상명하복식 문화와 과도한 업무, 대면 행정 등이 영향을 준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인사혁신처가 중앙행정기관 소속 공무원 1만9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감정노동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들의 감정 노동은 정상을 벗어난 ‘위험’ 수준이었다. 하지만 46.2%는 ‘개인적으로 참아서 해결한다’고 답했다. 감정노동이 신체·심리적 질병으로 번질 때 대처 방안에 대해서는 61.1%는 ‘조치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군인 자살은 “더 심각한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작년 군인 자살 순직 신청은 193건으로 이 중 165건이 승인됐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전체 자살 산재 신청 95건과 비교하면 2배에 이른다. 최근 5년간 군인 자살 순직 신청자는 612명이며 이 중 승인자는 543명에 이른다. 이 분석을 한 이양지 공인노무사는 “공무원과 군인 등 공직사회 신청 비율이 높아진 데 대해 원인 분석이 더 필요하다”며 “군인 재해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고 올해 교원 자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만큼 이 추이를 주시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작년 근로복지공단의 자살 산재 업무상 질병판정서 85건에 대한 분석도 공개됐다. 근속 연수 5년 미만인 경우가 48%로 절반에 달했다. 자살 원인은 직장 내 괴롭힘이 29.4%로 가장 많았다. 이어 과로(15.2%), 징계 및 인사처분(14.1%) 순이다. 하지만 산재법상 자살 산재 승인율은 2018년 80%에서 작년 50%대로 하락했다. 이 노무사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제정된 이후 이 문제에 대한 질병판정위원회(산재 판단 기구)의 고려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며 “(자살이) 근속 연수가 적은 노동자에게 집중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권두섭 직장갑질119 변호사는 “직장 내 괴롭힘은 피해 노동자에게 심각한 정신적 영향을 주는데 논의가 상대적으로 부족했다”며 “직장 내 괴롭힘은 5인 미만 사업장, 특수고용형태종사자에게 적용되지 않는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며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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