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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칩5' 동맹 이끈 네덜란드 국빈방문

정치부 강도원 차장

방진복을 입은 윤석열 대통령(왼쪽부터)이 12일(현지 시간) 펠트호번 소재 ASML 본사에서 빌럼 알렉산더르 네덜란드 국왕과 함께 클린룸을 방문해 크리스토프 푸케 ASML 최고사업책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펠트호번=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 방문을 계기로 한국과 네덜란드는 ‘반도체 동맹’을 맺었다. 일각에서는 우리만 동맹이라고 호소하는 것 아니냐며 비판의 날을 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양국 정상의 공동성명문에 ‘반도체 동맹(semiconductor alliance)’ 문구를 명기해 논란을 확실히 잠재웠다.

양국의 반도체 동맹은 좀 더 넓은 시각에서 보면 대한민국이 미국 주도의 ‘칩4’ 동맹을 네덜란드까지 포괄하는 ‘칩5’ 동맹으로 확장했다는 의미를 갖는다. 칩4 동맹은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견제하고 반도체 생산의 안정화를 위한 공급망이다. 미국의 원천기술·장비·팹리스에 한국(메모리·파운드리), 대만(파운드리), 일본(소재·장비)이 동참해 완성됐다. 칩4 동맹이 1·2나노 수준의 초미세공정 시대에도 경쟁력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네덜란드 ASML의 장비 확보가 필수적이다. 윤 대통령의 외교력으로 우방국인 네덜란드에 반도체 동맹을 먼저 제안해 한층 더 단단한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하게 됐다.

지난해 3월 당선인 신분이던 윤 대통령은 경제계 6단체장과 도시락 오찬 회동을 하며 “요즘 전쟁이란 총이 아닌 반도체가 하는 것이란 말이 있다”고 언급하며 반도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취임 후에도 반도체 산업 발전을 위한 핵심 정책들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윤 대통령의 정상외교에서도 반도체는 늘 중심에 있었다. 미국과의 정상외교는 우리 기업들이 대중국 반도체 수출통제에서 무기한 유예를 받아내는 기반이 됐다. 올해 3월에는 일본과의 관계 정상화를 통해 양국 간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갈등을 해소했고 우리 기업의 반도체 공급망에 숨통을 터줬다. 기술 강국인 영국 국빈 방문에서는 한영 반도체 협력 프레임워크가 체결됐다. 첨단산업을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나 기업 혼자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국가가 나서 우방국들과 협력·소통해 풀어내고 있다.



이번 네덜란드 순방의 백미는 윤 대통령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 회장과 함께 ASML 본사를 찾아 방진복을 입고 클린룸을 둘러본 장면이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현지 직원들이 당황할 정도로 깊고 자세한 질문을 쏟아냈다고 한다. 네덜란드로 향하는 공군 1호기에서 윤 대통령은 예정에 없던 반도체 회의를 2시간가량 진두지휘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의 반도체에 대한 관심과 의지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윤 대통령의 잦은 순방에 야당을 중심으로 비용이 많이 든다며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순방 비용 578억 원을 쓰고 50조 원이 넘는 경제적 효과를 내고 있다면 비용이 과도하다고 할 수 있을까 되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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