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의 정점으로 꼽히는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구속 기로에 놓였다. 송 전 대표를 소환 조사한 지 닷새 만이자 수사를 시작한 지 8개월여만이다. 검찰은 해당 의혹이 ‘민주성을 훼손한 중대 범죄’라는 입장이다. 반면 송 전 대표는 ‘기업인이 자발적으로 낸 후원금’이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법원의 판단에 따라 검찰과 송 전 대표 가운데 한 쪽은 치명타가 불가피한 만큼 양측 사이 치열한 법리 공방이 예상된다. 결과가 운명을 좌우하는 ‘단두대 매치’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송 전 대표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는 유창훈(사법연수원 29기)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18일 열린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최재훈 부장검사)가 지난 13일 송 전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지 닷새 만이다. 송 전 대표는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둔 지난 2021년 3~4월 6650만원이 든 돈봉투가 민주당 국회의원, 지역 본부장들에게 뿌려지는 과정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 수사 결과, 송 전 대표는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 박용수 전 보좌관과 공모해 2021년 4월 27~28일 두 차례에 걸쳐 300만원씩 든 돈봉투 20개를 윤관석 무소속 국회의원에게 제공했다. 해당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송 전 대표가 2021년 4월 19일 경선 캠프에서 스폰서로 지목된 기업가 김모씨로부터 부외 선거자금 5000만원을 받았다는 게 검찰이 내린 결론이다. 2021년 3월 30일 경선캠프에서 이성만 무소속 의원으로부터 부외 선거 자금 1000만원을 받은 뒤 같은 해 3월 30일과 4월 11일 두 차례에 걸쳐 지역 본부장들에게 활동비 명목으로 총 650만원이 든 돈봉투를 살포한 혐의도 받는다. 또 2020년 1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외곽 후원 조직인 ‘평화와 먹고사는 문제 연구소(먹사연)’를 통해 7명으로부터 불법 정차지금 7억6300만원을 받은 혐의도 있다. 이 가운데에는 송 전 대표가 2021년 7~8월 박용하 전 여수상공회의소 회장으로부터 받은 4000만원도 포함됐다. 해당 자금이 ‘여수국가산업단지 내 소각처리시설 신·증설 추진과 관련해 인허가 절차가 신속히 진행될 수 있도록 설득해 달라’는 부정 청탁과 함께 받은 뇌물이라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먹사연 기부금, 부외 선거자금 등 송 전 대표가 받은 불법 정치자금 혐의 금액이 총 8억2000여만원에 달한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다만 검찰은 지시·공모 여부에 대한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일부 지역 본부장과 지역 상황실장들에게 돈봉투를 뿌리고, 식비를 대납했다는 의혹 등은 구속영장에 포함하지 않았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양측이 송 전 대표의 구속 여부를 두고 첨예한 법리 다툼이 있을 충돌 지점으로 혐의·증거인멸 우려를 꼽는다. 형사소송법상 구속 사유는 △주거 불분명 △증거 인멸 염려 △도주 우려 등이다.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거나 범죄의 중대성, 재범의 위험성, 피해자·중요 참고인 등에 대한 위해 우려도 고려 대상으로 꼽힌다. 송 전 대표는 앞서 2차례나 불러 조사해 달라고 요구했다. 지난 8일 검찰 소환 조사에도 응했다는 점에서 구속 사유 가운데 하나인 ‘도주 우려’에 대해선 양측 ‘수 싸움’이 이뤄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송 전 대표의 주거지도 일정하다.
반면 증거 인멸 우려는 양측이 첨예한 법리 다툼을 할 수 있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관계자 회유 등 다양한 증거인멸 정황을 포착해 구속 수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증거 인멸이 이뤄진 부분을 구속영장 청구서에도 담았다. 게다가 최근 보석에 따른 측근 석방도 이어졌다. 지난달 15일에는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의 자금 조달책으로 지목된 강 전 위원이, 이달 12일에는 해당 의혹의 ‘키맨’으로 꼽히는 박 전 보좌관이 보석으로 풀려났다. 검찰이 ‘증거 인멸 사유를 고려해 주거지 제한, 관련자 접촉 제한 부과한 점까지도 고려해 수사·공소유지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힌 점도 이를 고려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양측이 각각 ‘측근 석방으로 증거를 인멸할 수 있다’, ‘접촉 등이 불가능하다’는 등 법적 논리를 앞세워 격한 논쟁을 벌일 수 있다는 것이다.
피고인이 죄를 범했다고 의심한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거나, 범죄의 중대성 등 혐의에 대해서도 격한 충돌이 가능하다. 검찰은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의 최고 수혜자이자 정점으로 송 전 대표를 꼽는다. 이 전 부총장, 강 전 위원, 박 전 보좌관 등 측근들이 뭉칫돈을 마련해 국회의원 등에게 뿌리는 등 과정에 한 가운데에 송 전 대표가 자리하고 있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검찰 측 관계자는 “자신의 정치 활동을 위해 공익법인 후원금 방식으로 유력 기업인들로부터 거액의 정치자금을 수수했을 뿐 아니라, 당 대표 선거 과정에서 거액을 살포한 매수 행위를 해 정당 활동의 민주성을 훼손한 중대 범죄”라고 지적했다. 이어 “먹사연을 통해 수수한 모든 불법 정치자금이 송 전 대표의 정치 활동과 경선 자금으로 전방위로 사용됐다”며 “(후원금 납부와 돈봉투 살포에) 송 전 대표가 관여한 게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송 전 대표는 앞서 14일 유튜브 방송에서 “(먹사연의 취지에) 동의하는 기업인이 자발적인 후원금을 냈는데 그것이 나와 무슨 상관이냐, 뒷돈을 받은 것도 아니고 그 대가로 제게 청탁하거나 대가를 바란 것도 없다”며 검찰 공소사실을 반박했다. 이어 “돈봉투 의혹 수사가 잘 안 풀리니 마치 제가 뒷돈으로 7억원을 받은 것처럼 오도돼 유감스럽다”며 “7억원을 현금으로 받았으면 당연히 구속해야겠지만, 먹사연 법인이 받은 걸 나를 지지하는 사람이 참여했다고 비약해서 연결한 것은 용납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는 앞서 소환 조사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 발언과도 일맥상통한다. 송 전 대표는 당시 “돈 4000만원에 저의 직무적 양심을 팔아먹을 정도로 정치 활동을 해 오지 않았다”며 강하게 혐의를 부인했다. 돈봉투 자금을 조달한 ‘스폰서’로 지목된 사업가가 법정에서 “송 전 대표로부터 감사 인사를 받았다”고 증언한 데 대해서도 “상식적으로, 당선돼서 선대위 해단식 하는데 제가 하는 말이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이지 ‘유감입니다’하고 다니겠느냐”고 반문했다. 혐의에 대한 양측 주장이 극명하게 엇갈리면서 격한 법리 전쟁이 이뤄질 수 있는 셈이다. 그만큼 재판부 판단에 따라 한 쪽은 ‘쓰나미급 후폭풍에 휩싸일 수 있다. 검찰의 경우 송 전 대표를 겨냥한 구속 수사에 실패할 경우 보복 수사 등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앞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법원 문턱을 넘지 못하는 등 거야(巨野)의 전·현직 대표를 겨냥한 수사에서 ‘2전 2패’라는 초라한 성적표만 남길 수 있는 탓이다. 지난 9월 백현동 의혹과 위증교사 혐의로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이 청구됐을 당시에도 구속영장을 기각한 바 있다. ‘정당의 현직 대표로 공적 감시와 비판의 대상인 점을 감안할 때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게 구속영장 기각 사유였다. 또 핵심 인물들을 구속하고도 정작 정점으로 꼽히는 송 전 대표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이 기각돼 ‘용두사미·반쪽 짜리 수사’라는 등 수사력 부족이라는 비판에도 직면할 수 있다.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사건과 관련 강 전 위원과 박 전 보좌관, 윤관석 무소속 의원이 앞서 구속된 바 있다. 반면 이성만 무소속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게다가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을 받는 의원들에 대한 수사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내년에 제 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수사가 이뤄져 ‘정치 검찰’이라는 비난에 직면할 수도 있다. 말 그대로 내우외환의 위기에 빠질 수 있는 셈이다.
반면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하면 송 전 대표는 앞서 ‘구속영장을 기각 시킬 자신이 있다’ ‘검사 앞에 가서 아무리 억울한 점을 해명해 봐야 실효성이 없다’며 묵비권 행사 뜻을 밝혔다는 점에서 비난의 화살을 피할 수 없다. 특히 그가 계획 중인 신당 창당·반윤(反尹)연대 결성 등도 제동이 걸리면서 정치 생명을 연장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