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에 안주해 온 일본의 개인 자금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투자 시장의 축이 버블 붕괴를 경험한 ‘50대 이상’에서 주식 상승기를 체험한 젊은 층으로 이동 중인데다 정부 주도의 투자 장려 정책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잠들어 있던 ‘장롱 자금’이 꿈틀대면서 주식 및 자산 운용 시장도 깨어난 돈이 미칠 잠재적인 영향력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18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라쿠텐증권은 최근 종합 계좌 수 1000만 개를 돌파했다. 주식 매매 수수료 무료화를 발표하며 적극적으로 고객 유치에 나선 결과로 신규 고객의 60%가 30대 이하의 젊은 세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분위기는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 활성화 정책과도 맞물려 있다. 일본 정부는 개인 투자 촉진을 위해 내년부터 ‘신(新)소액투자비과세제도(NISA)’를 시행할 계획이다. NISA는 우리나라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 해당하는데 현재 최대 120만 엔인 NISA의 투자 한도가 내년 1월부터 360만 엔으로 늘어난다. 비과세 한도가 세 배로 늘어나고 비과세 기간도 5년에서 무기한으로 변경되면서 NISA 안 하면 손해라는 인식이 확산, 개인 투자가 더욱 활발해진 것이다.
실제로 일본예탁결제기관(JASDEC)에 따르면 30대 이하 주주는 올 6월 말 기준 196만 명으로 5년 전 118만 명과 비교해 약 70% 증가했다. 기구치 마사토시 미즈호증권 연구원은 “NISA 확대로 일본의 개인투자자 주식 매입액은 연간 3000억 엔(약 2조 7400억 원)가량 늘어날 것으로 추산한다”며 “수급 개선에 일정한 효과가 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아직은 개인투자자의 선호 주식이 미국 쪽에 편향돼 일본 주식의 투자 매력을 높여야 하는 과제가 있지만 ‘일본에서 예금만으로 성공할 수 없다’는 ‘머니(money)의 세대교체’가 착실히 진행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된 평가다.
미국 자산운용사 오크트리캐피털의 창업자인 하워드 마크는 “일본의 많은 가계 자산이 은행에 잠들어 있다”며 “이들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강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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