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하철 4호선 혜화역에서 흉기를 휘두르겠다는 글을 인터넷에 올렸다가 지워 재판에 넘겨진 중국인이 1심에서 협박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2단독(이승호 부장판사)는 20일 협박 및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된 중국인 왕모(31)씨에게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왕씨는 지난 8월 4일 새벽 온라인 지역 커뮤니티 당근마켓에 ‘혜화역에서 흉기 난동을 할 테니 이 글을 본 사람은 피하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가 8초 만에 삭제했다.
같은 날 혜화역 인근 한 대학교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는 “다들 조심하세요”라는 주의문구와 함께 왕씨가 당근마켓에 올린 글의 캡처본이 게시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당근마켓에 글을 올린 지 8초 만에 삭제한 것은 협박의 고의성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협박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피해자들은 “왕씨가 게시한 당근마켓 글이 아닌 에브리타임 게시글을 보고 공포심을 느꼈다”고 진술했으나, 재판부는 “이 글은 왕씨가 작성했다는 점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에브리타임 글 게시에 피고인이 어떻게 관여했는지 입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피고인의 행위로 피해자들이 공포심을 느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다만 왕씨의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는 유죄로 인정했다. 왕씨는 유학생 신분으로 입국했다가 비자를 연장하지 못해 2년 전부터 불법체류 신분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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