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3년 가까이 구금 중인 인권운동가 리차오추(李翹楚)가 국가권력 전복을 선동한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퇴진을 요구하다 수감된 법학자 겸 인권활동가 쉬즈융의 여자친구로, 남자친구인 쉬즈융이 혹독한 고문을 받았다고 폭로한 직후 체포됐다.
보도에 따르면 리씨의 재판은 산둥성 린이시 중급인민법원에서 전날 오후 3시께 공개판결 없이 끝났다.
리씨의 변호사 리궈베이는 자신의 재판 참석을 법원 경비원들이 막아 다른 변호사 1명만이 법정에 입장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리씨의 혐의는 최대 5년의 징역형 선고가 가능하며 주동자로 간주될 경우 5년형보다 더 중형이 선고될 수도 있다.
리씨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퇴진을 요구했다가 2020년 2월 15일 수감된 중국 법학자 겸 인권활동가 쉬즈융(許志永)의 여자친구이기도 하다. 남자친구인 쉬즈융은 최근 산둥성 고급인민법원이 항소를 기각함으로써 징역 14년형이 확정됐다.
쉬즈융이 체포된 다음 날 경찰에 연행된 리씨는 4개월간 가택연금의 일종인 '지정된 장소에서 거주 감시'를 받았다.
이 기간 중국 당국에 당한 경험을 소셜미디어(SNS)에 올려온 그는 2021년 초 쉬즈융이 감옥에서 "하루에 10시간 이상 철 의자에 묶인 채 고문을 당했다"고 폭로한 직후 체포돼 3년 가까이 구금된 상태다.
미국 등 서방과 국제인권단체들은 중국 당국의 인권 탄압에 우려를 표시하면서 리씨의 즉각적인 석방을 요구하고 있다.
가디언에 따르면 재판 전날인 18일(현지시간) 미국 의회의 중국 관련 위원회 위원장들은 리씨에게 긴급 치료가 필요하다는 보도를 거론하며 리씨의 무조건 적인 석방을 촉구했다.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 사라 브룩스 중국팀장은 "리씨의 재판은 평화로운 방식으로 중국에서 인권 옹호활동을 하는 사람이 심각하게 억압당하고 있는 중국의 환경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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