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바람이 불고 길거리에 캐럴이 울려 퍼지면 크리스마스가 다가온 것을 체감하게 된다. 캐럴 외에 크리스마스를 떠올리게 하는 대표적인 것을 꼽으라면 발레 ‘호두까기 인형’을 들 수 있다.
‘호두까기 인형’은 러시아 출신 세계적인 작곡가 표토르 차이콥스키(1840~1893)가 음악을 작곡하고, 독일 작가 에른스트 호프만의 동화 ‘호두까기인형과 생쥐왕’을 원작으로 삼아 만들어진 발레 공연이다. 전설적인 러시아의 안무가 마리우스 프티파가 안무를 구성했다. 크리스마스 전날 밤 한 소녀가 선물로 받은 호두까기 인형과 함께 꿈 속에서 환상적인 모험을 펼친다는 이야기가 주요 줄거리다.
한국을 비롯해 세계 곳곳에서는 연말이 되면 ‘호두까기 인형’을 예매하려는 치열한 전쟁이 비롯된다. 한국에도 ‘호두까기 인형’을 대표하는 양대 발레 단체들이 있다. 국립발레단은 9일부터 25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유니버설발레단은 21일부터 31일까지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을 펼친다.
화려하게 장식된 무대와 다채롭게 펼쳐지는 무용수들의 춤은 연말을 맞이해 특별함을 전한다. 같은 노래와 줄거리를 바탕으로 하지만, 두 공연은 서로 다른 안무와 분위기로 꾸려져 비교하는 재미가 있다. 국립발레단은 2000년부터 러시아 1966년 안무가 유리 그리고로비치가 만든 볼쇼이 발레단의 안무를 토대로 한다. 반면 유니버설발레단은 1934년 바실리 바이노넨이 만든 마린스키 발레단의 안무를 가져왔다.
두 발레는 주인공 소녀의 이름부터 다르다. 국립발레단은 주인공의 이름이 ‘마리’인 반면, 유니버설발레단은 ‘클라라’다. 전반적으로 역동적인 안무와 고난이도의 테크닉을 선보이는 국립발레단의 공연은 마임을 최소화해 간결함을 살렸다. 유니버설발레단은 다양하고 섬세한 마임과 안무를 통해 이야기를 알기 쉽게 전달한다. 호두까기 인형도 차이가 있다. 국립발레단은 어린 무용수가 직접 연기하는 반면, 유니버설발레단은 목각인형을 사용해 인형을 표현한다.
오케스트라도 차이콥스키의 아름다운 선율을 통해 발레의 묘미를 높인다. 국립발레단과 호흡을 맞추는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는 1987년 이래 지속해서 ‘호두까기 인형’을 연주하고 있다. 겨울이 오면 ‘호두 깎는 시즌이 돌아왔다’는 말이 유행할 정도다. 국립심포니의 이정일 악장은 “발레 공연에서 가장 중요한 건 무용수와의 호흡인데, 오케스트라 피트 안에서 이는 쉽지 않은 일”이라면서도 “36년의 시간 동안 국립발레단과의 신뢰를 바탕으로 어떤 돌발 상황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것 같다”는 소감을 전했다.
유니버설발레단은 2021년부터 코리아쿱오케스트라의 라이브 연주를 바탕으로 공연을 진행하고 있다. 코리아쿱오케스트라도 기간은 짧지만 차이콥스키의 진수를 보여주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긴 마찬가지다. 라성욱 코리아쿱오케스트라 대표는 “‘호두까기 인형’은 차이콥스키의 작품인 만큼 표현하기 쉽지 않은 곡”이라면서 “무용과 잘 맞추기 위해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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