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안센터는 각막이식수술 5500건을 넘기며 국내 단일기관 최다 건수를 기록했다고 29일 밝혔다.
각막이식술은 혼탁해진 각막을 투명하고 건강한 각막으로 바꾸는 수술이다. 각막은 안구의 제일 앞쪽에 위치하는 유리창 같이 투명한 부분으로 빛을 망막에 보내는 역할을 맡는다. 외상이나 심한 염증 등으로 각막이 혼탁해지면 빛이 잘 통과할 수 없어 시력 장애가 발생한다. 시력을 잃고 어둠 속에서 생활하는 환자에게는 각막이식술이 ‘세상의 빛’을 되찾아주는 셈이다. 다만 안과의 핵심 역량이 함축돼야 하는 만큼 가장 난이도가 높은 수술 중 하나로 꼽힌다.
서울성모병원 본원은 전신인 강남성모병원 시절부터 각막이식 수술을 시작해 연간 200건이 넘는 수술을 시행하고 있다. 안은행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성모병원에서 시행된 각막이식 수술은 230건으로 집계됐다. 그 중 절반이 넘는 122건이 가장 난이도가 높은 각막내피이식 수술이었다. 2022년 국내에서 시행된 각막이식 수술이 1000여 건이었음을 고려할 때 20%가량을 소화하고 있는 셈이다.
서울성모병원의 각막내피이식 수술로도 누적 700례를 달성하며 국내 최다 기록을 세웠다. 700번째 각막내피이식 수술은 최신 기법인 디멕(DMEK·Descemet Membrane Endothelial Keratoplasty) 방식으로 시행됐다. 디멕은 환자의 각막에서 비닐처럼 얇은 내피세포막을 벗겨내고 기증자 각막의 얇은 내피세포막을 이식하는 수술법이다. 시력 회복이 빠르고 이식거부 반응이 현저히 낮다는 장점을 갖췄지만 술기가 까다로워 의료진의 풍부한 경험은 물론 각막내피층을 프로세싱하는 안은행 시스템이 뒷받침돼야 한다.
서울성모병원에서 700번째 각막내피이식 수술을 받은 대상은 폐쇄각 녹내장 발병 이후 수포성 각막병증으로 고통 받던 환자였다. 수포성 각막병증은 각막내피층이 손상되어 각막이 붓고 하얗게 변하면서 시력이 떨어지고, 심한 통증이 동반되는 질환이다. 수술을 집도한 변용수 교수는 “디멕수술은 환자의 각막을 도려내는 전층각막이식과 달리 해부학적인 구조를 온전히 유지하고 내피세포층만을 이식하는 획기적인 수술법”이라며 “디멕수술을 받은 환자가 빠른 시력회복과 통증 개선을 보이고 있어 장기적으로도 예후가 좋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영훈 안센터장은 “환자를 위하는 마음으로 진료와 연구에 몰두해 온 원로교수님들과 동료 선후배들의 오랜 노력 덕분에 이 같은 성과가 가능했다”며 “빅데이터에 기반한 맞춤의료가 실현될 미래의 의료현장에서도 이런 유무형 자산이 의료의 질적 수준에 큰 차이를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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