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시작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이 88일째를 맞았다. 2022년 2월 24일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은 2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다. 중동과 유럽에서 벌어진 두 개의 전쟁이 해를 넘겨 이어지면서 많은 이들의 안전이 위협받는 한편 전 세계적으로 지정학적 위험이 커지고 있다.
12월 31일(현지 시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우리는 주요한 성공도 거뒀지만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했다”며 “완전한 승리를 얻고 우리의 목표를 모두 달성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수개월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을 기정사실화한 것이다. 하지만 미국이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하마스를 겨냥한 저강도 정책을 주문하고 있어 이스라엘의 정책 변화도 예상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의 경우 최전선은 겨울철 교착상태를 보이고 있지만 후방 도시를 노린 공습의 강도는 나날이 커지고 있다. 러시아는 12월에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비롯해 하르키우·드니프로·오데사 등에 미사일 122발과 무인기 36대를 쏘아 올리는 대대적인 공습을 감행했다. 지난해 2월 러시아 침공 이후 최대 규모의 공습이다. 두 개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새해 대선을 앞두고 있는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에도 적지 않은 부담이 되고 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초청해 변함없는 지지를 확인했으나 공화당·민주당 양당으로부터 각각 공격을 받고 있다. 장기화된 전쟁 피로감으로 인해 바이든의 지지율도 급락하자 미 정부는 두 개의 전쟁에 대한 방침을 ‘방어 강화’ 기조로 바꾸는 등 출구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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