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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청춘의 기억' 한국인 최초 테너 기리다

[리뷰] 뮤지컬 '일 테노레'

검열 피해 공연에 독립운동 녹인

韓오페라 개척자 이인선 모티브

박천휴·윌 애런슨 작가 콤비 참여

뮤지컬 '일 테노레' 공연 모습. 사진 제공=오디컴퍼니




한국인 최초의 테너로 기록을 남긴 이가 있다. 세브란스 의학 전문학교에서 의학을 공부한 후, 해방 후 최초로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를 공연하면서 ‘한국 오페라의 개척자’로 불린 이인선(1907~1960)이다. 최근 막을 올린 신작 뮤지컬 ‘일 테노레’(이탈리아어로 ‘테너’를 의미)는 이인선을 토대로 일제강점기인 1930년대 꿈을 이루기 위해 치열한 삶을 살았던 청춘들을 그린 작품이다.

뮤지컬 '일 테노레' 공연 모습. 사진 제공=오디컴퍼니


작 중 세브란스 의전에 다니는 ‘윤이선’은 항일운동 모임 ‘문학회’에 가입한 후 자신의 오페라 재능을 깨닫는다. 이후 문학회는 일제의 검열을 피해 독립운동을 전파하기 위해 첫 오페라 무대를 계획한다. 그러나 문학회 리더이자 연출인 ‘서진연’과 무대 디자이너 ‘이수한’, 주인공을 맡은 윤이선은 서로 다른 꿈을 꾸며 힘을 합치고, 이들에게 비극이 다가온다.

작품에는 뮤지컬 ‘어쩌다 해피엔딩’ 등을 통해 ‘휴&윌 콤비’로 불리는 작가 박천휴와 작곡가 윌 애런슨이 참여했다. 2018년 우란문화재단에서 첫 리딩 공연을 올린 이후 여러 차례 수정을 거쳤다. 주인공 ‘윤이선’의 모티브인 실존인물 이인선이 의대생이었다는 점을 제외하고, 모든 설정에는 상상력을 덧붙였다. 애런슨은 모든 오페라 곡을 직접 작곡해 서정적이고 풍부한 노래를 들려준다.

뮤지컬 '일 테노레' 공연 모습. 사진 제공=오디컴퍼니




나이 든 이선의 회상으로 시작한 1막은 여느 대학가처럼 신촌의 학교에 다니는 청춘들을 조명한다. 특히 현실과 꿈 사이에서 혼란을 겪는 이선의 내면을 의사 가운 속 앙상블의 조화로 경쾌하게 풀어낸 ‘환상 오페라’ 장면이 인상적이다. 그러나 “가네, 멀어지네. 빛바랜 희망이 됐네. 나의 오 나의 찬란하던 꿈이여”라는 아리아와 함께 2막은 진지하고 어두워진다.

극 중 오페라 ‘꿈꾸는 자들(I Sognatori)’ 무대가 완성되고 인물들의 꿈이 충돌하면서 이선의 아리아는 다채롭게 변주된다. "우리는 왜 항상 희생을 해야 하느냐"는 이선의 물음은 꿈을 이루는 과정이 결코 평화로울 수 없던, 그럼에도 옳은 일을 택해야 했던 시대의 아픔을 전한다.

뮤지컬 '일 테노레' 공연 모습. 사진 제공=오디컴퍼니


극 중 단숨에 테너의 재능을 인정받은 데다, 요동치는 감정을 표현해야 하는 이선 역인 만큼 배우들의 가창력과 연기력이 중요하다. 이에 한국 뮤지컬을 대표하는 배우 홍광호·박은태·서경수가 캐스팅되며 ‘이름값’을 보여줬다. 기자가 관람한 회차에서 이선을 맡은 박은태는 순박하고 열정적인 그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연기했다. 절망을 맞이한 이선의 노래에는 깊은 감정을 녹여내며 몰입감을 키웠다.

다만 테너라는 설정에 비해 미성의 보컬은 이질적인 느낌을 주었다.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2월 25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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