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서열 3위 인물이 레바논에서 이스라엘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드론 공격을 받고 사망했다. 이스라엘이 하마스와의 전쟁을 저강도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고위직에 대한 ‘핀셋 암살’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확전 우려는 오히려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이 주권 국가인 레바논에 침입했다는 것에 대해 중동의 반(反)이스라엘 세력이 분개하며 결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3일(현지 시간)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전날 오후 6시께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쪽 외곽에 있는 하마스 사무실이 드론 공격을 받아 살레흐 알아루리 하마스 부국장과 하마스 수뇌부 6명이 사망했다. 이스라엘 측은 “하마스와의 싸움에 집중하고 있다”며 직접적인 시인을 피했지만 하마스와 다른 국가들은 이스라엘이 감행한 공격이라는 데 이견이 없는 분위기다. 미국도 이번 공격의 배후를 이스라엘로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피살된 알아루리 부국장은 하마스 정치국 2인자이자 하마스 전체 서열 3위로 꼽히는 핵심 인사로 최근에는 레바논에 은거하며 친이란 무장 정파 헤즈볼라와 하마스 간 연락책 역할을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알아루리 부국장은)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발발한 후 살해된 하마스 인사들 중 가장 고위직”이라며 “(사실상 팔레스타인 영토인)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 바깥에서 하마스 고위 관리가 피살된 것도 수년 만에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이스라엘이 전쟁을 저강도 국면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하마스 소탕이라는 목표를 관철하기 위해 고위직 사살로 초점을 좁히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미국 고위 관리는 NYT에 “이스라엘은 지난해 10월 7일 공격의 가담자를 응징하겠다는 의지를 이전부터 드러냈다”며 “이번 공격은 시작일 뿐이며 몇 년간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알아루리 부국장 살해가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이스라엘이 레바논과 맞닿은 국경 지역도 아닌 수도를 공격한 데다가 알아루리 부국장이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 협상에 깊이 개입한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레바논 임시 총리는 이스라엘의 공격에 “레바논을 새로운 국면으로 끌어들이려는 의도”라며 비난했고 헤즈볼라도 “저항 세력은 방아쇠에 손가락을 얹고 있다”며 복수를 공언했다. 서안지구에서도 수백 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이 거리에 나와 이스라엘을 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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