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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육비 안 주는 ‘배드파더스’ 신상 공개는 사적 제재"

미지급 사유 등 사전 확인절차 없어

글 게시 행위 ‘비방 목적’에 해당 판단

대법원. 연합뉴스




양육비를 주지 않는 부모의 신상을 공개하는 사이트 ‘배드파더스’ 운영자가 유죄를 확정받았다. 법원은 최종적으로 공익에 기여하지만 명예를 훼손하는 사적제재라고 판단했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4일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배드파더스 운영자 구 모 씨에 대해 벌금 1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구 씨는 배드파더스 사이트를 통해 양육비 지급 의무를 지키지 않은 부모의 이름과 얼굴 사진, 연락처, 거주지, 직장명 등 신상을 공개해 개인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다. 구 씨는 제보자로부터 집행권원, 양육비 미지급자에 대한 자료를 전달받아 사이트에 게시하는 방식으로 신상 정보를 공개했다.



배드파더스 사이트는 별도의 회원 가입 절차 없이 누구나 게시글을 열람할 수 있고 하루 평균 방문자가 7만~8만 명에 달하는 등 세간의 관심을 받으면서 신상 정보가 공개된 후 다수의 양육비 미지급자가 양육비를 지급하는 효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쟁점은 구 씨가 사이트에 공개한 이들에 대한 ‘비방 목적’이 인정되는지 여부였다. 1, 2심의 판단은 달랐다. 1심은 국민참여재판을 통해 배드파더스의 활동이 공익적 목적에 해당한다고 보고 구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구 씨에게 벌금 100만 원의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 2심 재판부는 “사이트의 신상 공개 요건, 시기 및 기간 등 기준이 임의적이고 의견 청취 등 사전 확인 및 검증의 절차를 거치지 않은 점 등을 종합하면 글 게시 행위에 대해 비방할 목적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관련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보고 구 씨의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양육비를 미지급하게 된 데 부득이한 사정이 있을 수 있음에도 사전에 양육비 미지급 상태를 해소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신상 정보를 공개한 것은 채무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정도가 커 정당화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2021년 7월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양육비 미지급자의 신상은 양육비이행관리원을 통해 공개되고 있다. 다만 얼굴 사진 등은 공개되지 않는다. 구 씨는 법 시행에 따라 배드파더스 사이트를 폐쇄했다가 ‘양육비 해결하는 사람들’이라는 이름으로 부활시켜 여전히 미지급자들의 신상을 공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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