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땀·눈물을 흘린 사람은 무시하고 새 사람이 올 수 있단 얘기에 억장이 무너집니다”(국민의힘 A지역 당협위원장)
총선을 3개월 앞두고 스타 장관 등 간판급 여권 인사들이 여당에 총출동하자 국민의힘 원외 당협위원장들은 뒤숭숭한 분위기다. 지난 4년 현장을 누비며 표밭을 갈았지만 정작 공천 후보에 본인이 아닌 친정부 인사가 거명되는 것에 불만이 상당하다. 당협위원장은 당의 세포 조직인 지역 당협위원회를 관리하는 자리로 ‘공천 1순위’로 여겨진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지명도를 갖춘 여권 인사들의 출마설이 무성하다. 김은혜 전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경기 분당을을 노리고 있는 가운데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경기 수원병, 정황근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충남 천안을 출마가 유력하다. 여당이 총선 인재로 영입한 인사들도 속속 터를 잡고 있다. 이수정 경기대 교수가 경기 수원정 출마를 공식화했고 구자룡 변호사와 호준석 전 YTN 앵커는 각각 서울 양천갑과 구로갑 출마를 예고했다. 국민의힘 비례대표인 이용 의원과 한무경 의원은 각각 경기도 하남, 평택 출마 결심을 굳혔다.
여권에선 “총선 구원투수가 등장했다”는 환호성이 나오지만 당협위원장들의 분위기는 딴판이다. 수 년 간 당의 물적·인적 지원 없이 지역 조직을 관리하며 대선과 지방선거 승리에 공헌했는데, 막상 선거가 다가오자 자신들을 모른 척하고 새 인물이 뿌리내리는 것에 대한 반발과 불안감이 크다. 자객공천설이 제기된 A지역 당협위원장은 “당협 운영에 필요한 각종 비용을 자비로 충당하며 사력을 다해왔다”며 “불모지들 닦아보려 실컷 고생한 사람을 나두고 전략공천을 운운하는 건 당협위원장 전체를 향한 모독”이라고 울분을 토로했다.
친정부 인사의 총선 출마가 단골 메뉴처럼 여겨지면서 당협 제도 자체의 유명무실화, 내부 균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무위원 출마설이 제기된 B지역 당협위원장은 “공천이 매번 힘의 논리로 결정된다면 앞으로 누가 당협위원장을 맡아 희생하겠냐”며 “날 도왔던 주변인들도 옮겨갈텐데 결국 선거가 임박해 내부총질이 많아질 것”이라고 불편함을 감추지 않았다. 장관 출마가 유력한 C지역 당협위원장은 “상황을 좀 더 지켜보겠다”며 “지역을 모르는 인물을 내려꽂는 건 안된다”고 강조했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경선을 통한 후보 선출’을 약속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친윤계 인사 출마설이 제기된 D지역 당협위원장은 “경선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4년 간의 노력을 평가절하하는 것일 수 있다”면서도 “적어도 책임당원과 일반시민 비율을 5대 5로 한 경선은 보장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럼에도 당 내에선 조직을 동원한 표몰이에는 한계가 크다며 대중적 후보로 승부수를 띄울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여전하다. 최근 한동훈 위원장은 공천의 기준으로 “이기는 공천”을 제시했는데, 무엇보다 ‘선거 승산’을 역점에 두고 공천을 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국민의힘의 한 수도권 의원은 “지지율이 박스권인 일부 당협들은 인물 교체로 변화를 도모하는 게 현실적으로 더 나은 전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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