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발생한 7.6 규모의 일본 노토반도 강진으로 이 지역 원자력발전소 주변 방사선량 계측기가 고장 나 측정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현지 보도가 나왔다. 일부 지역에서는 지진계에 이상이 생겨 지진 발생 시 긴급 속보가 최대 6초 정도 지연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5일 도쿄신문에 따르면 노토반도 서쪽의 시카원전 주변 지역 15곳의 방사선량 계측기가 고장이 나 측정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 원전이 있는 시카 지역은 이번 강진으로 일본 지진 등급에서 흔들림이 가장 강한 수준인 진도 7이 관측됐다. 이 때문에 원전 주변에 설치된 계측기들이 피해를 본 것으로 추정된다. 원자력규제위원회 사무국인 원자력규제청에 따르면 시카 원전에서 반경 30㎞ 안에 있는 약 120개 방사선량 계측기 중 와지마시와 아나미즈 등 원전 북쪽 20∼30㎞ 부근에 있는 15개가 지진 발생 이후 작동하지 않고 있다. 일본 당국은 지진으로 도로 파손이 심해 현장 접근 및 확인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복구 전망도 세우지 못하는 상태라고 도쿄신문은 전했다.
원전 사고 시에 주민 피난의 판단 근거가 되는 실측치를 신속하게 얻을 수 없어 재해 대비에 대한 우려도 커지는 상황이다. 실제로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 당시 쓰나미로 후쿠시마 제1원전 폭발 사고가 났을 때 후쿠시마현에 설치돼 있던 방사선량 계측기 24대 중 23대가 고장 나 방사선량 파악이 어려워졌다. 이때 많은 주민이 방사선량이 높은 지역으로 피난하면서 오히려 피폭당하는 일도 벌어졌다. 시카 원전은 현재 가동 중단 중이라 지진으로 인한 방사능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다. 다만, 사용후핵연료 저장조에 있던 방사성 물질이 포함된 물이 저장조 밖으로 흘러넘치고, 냉각장치에 외부 전원을 공급하는 변압기 배관 파손으로 기름이 누출돼 펌프 가동이 일시 중단되는 등의 사례가 보고됐다. 부지 내 수위가 약 3m 상승하고, 원자로 1호기의 바다 쪽에 설치된 4m 높이의 방조벽도 수㎝ 기운 것도 추가로 확인됐다. 원전을 관리하는 호쿠리쿠전력은 이 같은 피해로 인한 외부 영향은 없다는 입장이다.
한편, 이시카와현 스즈시에 설치된 기상청의 지진계에도 결함이 발견됐다. 지진계가 측정한 지진파 데이터를 기상청에 보내면 기상청이 이를 바탕으로 긴급 지진 속보 등을 발표하는데, 지난 2일부터 데이터가 제때 기상청에 전달되지 않는 상황이 발생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스즈시 부근을 진원으로 하는 지진이 일어났을 경우 긴급 지진 속보가 최대 6초 정도 늦어질 가능성이 있다. 기상청은 자세한 원인은 확인되지 않았으나 지진의 영향으로 지진계에 오류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직원을 현장에 파견해 조사한다는 계획이다. 지진계는 지진 초기 발생하는 미동(微動·P파)을 관측하는 장치다. 일본 기상청은 이 데이터를 수신하고, 이후 오는 강한 흔들림(S파)를 긴급 지진 속보로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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