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찰스 3세 국왕의 동생 앤드루 왕자가 제프리 엡스타인의 미국 집에서 여러 주 머물며 매일 마사지를 받았다는 주장이 나왔다.
5일(현지시간) 추가 공개된 미국 뉴욕 맨해튼 연방법원의 문건에 따르면 엡스타인의 플로리다 팜비치 주택 관리인 후안 알레시는 2009년 녹화된 증언에서 앤드루 왕자가 손님 방에 묵으며 매일 마사지를 받았다고 말했다고 BBC와 더 타임스 등이 6일 보도했다.
다만 누가 앤드루 왕자에게 마사지했는지는 언급되지 않았다.
그는 앤드루 왕자의 전처 새러 퍼거슨도 그 집에 잠시 들른 적이 있으며, 둘 다 엡스타인과 길레인 맥스웰의 친구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엡스타인은 헤지펀드 매니저 출신 억만장자로, 미성년자 성 착취 혐의로 체포된 직후인 지난 2019년 뉴욕의 감옥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범행을 도운 여자친구 맥스웰은 중형을 선고받아 복역 중이다.
이날 공개된 문건에는 맥스웰이 앤드루 왕자와 엡스타인이 서로 어떻게 알게 됐는지 모른다고 말한 내용도 있다. 이는 맥스웰을 통해서 엡스타인을 만났다는 앤드루 왕자의 주장과 다르다.
이번 주 법원은 피해자 버지니아 주프레가 맥스웰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의 문건 중 미공개분을 차례로 공개했다.
먼저 공개된 문건에는 주프레로 추정되는 인물이 17세에 맥스웰의 런던 주택 등에서 세 차례 앤드루 왕자와 성관계를 갖도록 강요받았다고 주장한 내용이 들어있다.
이 혐의는 기존에 알려진 것이고, 왕실과 앤드루 왕자는 이를 전면 부인했다.
앤드루 왕자는 2019년 BBC 인터뷰에서 주프레를 만난 기억이 없다고 반박했다.
2022년에는 주프레가 낸 민사소송과 관련해서 거액 합의금을 지급했지만, 유죄를 인정하진 않았다.
엡스타인 관련 문건 추가 공개를 계기로 앤드루 왕자를 향한 영국 내 여론은 급격히 악화하고 있다.
전날 군주제 폐지 운동 단체 '리퍼블릭'은 앤드루 왕자를 경찰에 신고했고, 대중지 1면에는 '앤드루를 잘라낼 때', '복귀는 없다' 등과 같이 '손절'을 촉구하는 제목이 올랐다.
제1야당인 노동당 키어 스타머 대표는 경찰 수사를 촉구했고, 리시 수낵 총리는 경찰의 수사는 독립적이라면서 언급을 피했다.
이런 가운데 텔레그래프지는 이날 찰스 3세가 앤드루 왕자에게 윈저 영지 내 방 30개 저택 '로열 로지'의 보안 비용을 내게 하려고 준비 중이라고 보도했다.
앤드루 왕자는 쫓겨나지 않으려면 돈을 마련해야 하는데, 공식 임무에서 빠져서 고정 수입도 없고 저택은 대대적 수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텔레그래프지는 전했다.
찰스 3세는 그 전엔 앤드루 왕자를 해리 왕자 부부가 지내던 윈저 영지 내 작은 집으로 보내려고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앤드루 왕자는 현재 저택을 적절한 수준으로 유지하기만 하면 2078년까지 거주할 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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