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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격 도발 北방사포 정체는…미사일 아니다? 유도장치에 한반도 전역 공격[이현호 기자의 밀리터리!톡]

北, 방사포 5500여문 넘게 보유

600㎜ 방사포 한반도 전역 타격

尹 “방사포, 미사일 아니다” 논란

北방사포 1시간에 1만6천발 발사

7일 오후 인천 옹진군 연평도에서 바라본 황해도 해안지역에 화염이 관측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이 7일 서해 북방한계선(NLL) 북방에서 90발의 포 사격을 실시했다. 5일부터 사흘 연속 서북도서 일대에서 총 350발 이상의 포사격을 감행하며 도발에 나선 것이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군은 이날 오후 4시쯤부터 5시 10분쯤 까지 연평도 북방에서 90여발의 포병사격을 했다. 이에 합참은 이날 오후 6시쯤 기자단에 문자 공지를 통해 “북한이 이 시각 현재 연평도 북방에서 사격을 진행 중”이라며 “우리 군은 면밀히 감시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우리 측 피해는 없다”라고 밝혔다.

주목할 점은 5일 북한은 서해 NLL 방향으로 사격을 실시하면서 발사된 포탄 대부분 해상 완충구역에 낙하했으나 이중 일부가 NLL 이북 7㎞까지 근접했다. 9·19 남북군사합의로 사격 및 기동 훈련이 금지된 해상 완충구역에 북한군 포탄이 낙하한 것은 2022년 12월 이후 1년 1개월 만으로 ‘적대행위’를 하지 말자고 설정한 구역을 향해 포격을 가했던 것이다.

해상 완충구역은 2018년 체결된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해상 무역 충돌 방지를 위해 서해 및 동해 NLL 일대에 설정됐다. 이 곳에서 포사격과 해상기동훈련을 하면 군사합의 위반이다.

“NLL 남쪽 넘거나 근접할 때 대응 사격”


이에 한국군이 400여발의 대응 포격을 했다. 하지만 다음날인 6일에도 북한군은 연평도 북서방 개머리 진지에서 방사포와 야포 위주로 60여발의 사격을 실시했고, 이 중 일부는 서해 NLL 이북 해상 완충구역에 낙하했다.

전날 북한군의 사격은 대체로 북한 내륙 방향 혹은 측방으로 실시돼 서해 NLL 방향으로 실시된 5일 사격에 비해 덜 위협적인 것으로 평가됐고, 우리 군은 대응 사격에 나서지 않았다.

군 고위 관계자는 “북한이 9·19 군사합의 전면 파기를 선언하고, 해상 완충구역으로 사격도 실시해 군사합의에 따른 적대행위 금지구역이 사라지게 됐다”면서 앞으로 북한군의 포탄이 NLL 남쪽으로 넘어오거나 NLL에 근접했을 때만 대응 사격을 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조선중앙TV가 지난 2020년 3월 공개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포병부대 훈련 지도 현장 사진. 연합뉴스


연초부터 강행하는 포격 도발에 사용하는 북한의 방사포는 무엇이고 위력은 얼마나 될까.

방사포는 다연장로켓의 북한식 명칭이다. 다연장로켓은 다수의 로켓탄을 상자형의 발사대에 수납해 동시에 발사할 수 있게 만든 장치다. 넓은 지역을 짧은 시간에 초토화할 수 있는 무기다. 국방부가 발간한 ‘2023 국방백서’ 등에 따르면 북한은 122㎜, 240㎜, 300㎜, 600㎜ 등 다양한 구경의 방사포 5500여 문을 보유 중에 있다.

2010년 북한의 연평도 포격 당시 동원돼 큰 피해를 준 122㎜ 방사포는 구소련의 ‘BM-21’을 개량한 무기다. 사거리가 20㎞에 달하고 20분에 40발을 발사하는 것이 가능하다. 2014년부터 최전방에 배치된 신형 122㎜ 방사포는 종전보다 사거리가 2배 늘었다. 170㎜ 자주포와 함께 전방에 배치돼 수도권 지역에 대한 기습적인 대량 집중 공격을 할 수 있다. 240㎜ 방사포는 분당 40여 발의 발사가 가능하다.

다만 122㎜와 240㎜ 방사포는 포탄에 유도 기능이 없어, 유도성을 갖는 미사일과 뚜렷하게 구분된다. 따라서 북한이 연초부터 쏘 방사포는 미사일에 준하는 것이 아닌 것은 맞다. 합동참모본부가 통상 122㎜나 240㎜와 같은 재래식 방사포 발사를 공지하지 않았지만, 9·19군사합의가 준용된 이후에는 북한의 해상완충 구역 도발시에 공지하고 있다.

“300㎜ 방사포는 전술단거리탄도미사일”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전문연구위원은 “이번에 북한이 발사한 것은 240㎜ 이하급 방사포로 남북군사합의에 의한 해상적대행위 금지구역에 쏜 것으로 5일 첫날은 NLL 남쪽에 근접해서 대응 사격을 한 것”이라며 “이틀과 사흘에 연속해 사격한 경우는 북한 내륙 방향 혹은 측방으로 실시돼 우리 군의 대응 없이 예의 주시하는 속에서 상황이 조기 종결된 것”이라고 말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그렇다고 북한의 모든 방사포를 미사일이 아니라고 단정해 말할 수는 없다고 지적한다. 북한은 최근 사거리를 연장하고 정밀 유도가 가능해진 300㎜ 방사포와 대구경 방사포를 개발해 한반도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방사포 위주로 화력을 보강해 나고 있다.

특히 300㎜ 방사포는 2013년 5월 북한이 동해상으로 시험 발사해 한미 양국 군 당국에 의해 처음으로 식별됐다. 이후 북한은 성능 개량을 위한 시험 발사를 계속하며 사거리를 늘려왔다. 2016년 말 실전 배치된 300㎜ 방사포는 최대 사정거리가 200㎞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국방부 산하 미국 국방정보 탄도미사일 분석위원회(DIBMAC)는 2020년 공개한 ‘탄도·순항미사일 위협’(Ballistic and Cruise Missile Threat) 보고서에서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4종을 포함해 총 15종의 탄도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 이중 전술단거리탄도미사일(CRBM)에 300㎜ 방사포(KN-SS-9)를 포함하고 있다. 단순히 장거리용 방사포 수준이 아니라는 판단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8월 3~5일 중요 군수공장 시찰하면서 600mm 초대형 방사포를 만져보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이 같은 미국의 판단 근거는 북한이 방사포탄에 유도 장치와 GPS를 장착해 미사일과의 경계를 사실상 허물고 있기 때문으로 봤다. 2019년부터 선보인 600㎜급 초대형 방사포(KN-25)가 대표적이다. 사거리가 380㎞에 이르는 KN-25는 정밀타격 능력을 높여주는 유도 기능이 있어 한미 군 당국에서는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분류한다.

남한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북한 스커드 미사일의 사거리(300∼700㎞)와 비교해도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불릴 만하다. 군 당국은 평양에서 KN-25를 발사하면 충남 계룡대도 타격권에 들어간다고 파악하고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사거리를 확장하고 유도성을 겸비한 방사포를 개발하면서 초기 탐지 과정에서 단거리 미사일을 쐈는지 포신 형식으로 된 방사포를 쐈는지 구분하기 혼란스러움이 초래됐다”며 “초대형 방사포(KN-25)는 미사일이 아니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동안은 한국군이 ‘단거리 발사체’로 감지한 발사의 상당수가 이후 북한 보도에서 신형 대구경 방사포로 소개되기도 했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방사포는 점차 증대되는 북한 장사정포 위협의 핵심”이라며 “최근 북한이 개발하는 신형 대구경 방사포와 초대형 방사포는 사거리와 파괴력이 기존의 장사정포에 비해 비약적으로 증가해 수도권 이남 지역에까지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북한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안포 사격을 실시한 지난 5일 백령도에서 우리 군 K9 자주포가 해상사격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국방부


북한의 방사포 발사에 대해 미사일 수준이 아닌 재래식 방사포 발사를 두고 안보 공백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북한의 방사포 발사를 두고 9·19 남북군사합의 위반을 언급하며 빈틈없는 안보를 주문한 것과 취임 이후 엇갈린 행보이며 논란이 일었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인 지난 2022년 3월 22일 인수위 간사단 회의에서 “(북한 도발이) 올해만 해도 11번째인데 방사포는 지금 처음 아니냐”며 “9·19 (남북 군사 합의) 위반 아닌가, 명확한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지난 2022년 6월 윤석열 대통령이 북한이 방사포를 발사한 당일 영화관을 찾아 영화를 관람한 것을 두고 정치권 안팎에서 논란이 불거졌다. 당시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6월 12일 오전 8시 7분부터 11시 3분까지 서해안 지역에서 서해상으로 방사포 5발 가량을 쏜 것으로 알려졌다.

“방사포 미사일에 준하지 않다” 논란 자초


북한은 8∼10일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남한을 겨냥해 ‘강 대 강, 정면승부의 투쟁원칙’을 재천명했고, 11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이 같은 강경 기조를 발표한 지 하루 만에 방사포를 쏜 것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로는 4번째 무력 도발이다.

논란은 윤 대통령이 대통령실 출근길에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나왔다. 윤 대통령은 “방사포가 미사일에 준하는 것이면 거기에 따라 조치한다”며 “어제 방사포는 미사일에 준한 것이라고는 보이지 않기 때문에 거기에 필요한 대응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선인 시절엔 방사포 발사에 9·19 합의 위반이라며 지적한 것과 엇갈린 행보였다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북한 170㎜ 자주포 사격 장면.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한편 군 소식통들에 따르면 오는 2026년을 목표로 개발중인 우리 군의 장사정포 요격체계는 북한 240㎜, 300㎜ 방사포탄(로켓탄)을 요격할 수 있지만, 수도권을 위협하고 있는 170㎜ 자주포탄 요격 능력은 군 작전요구성능(ROC)에서 빠져 제외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군 소식통은 “170mm 포탄은 로켓보다 훨씬 작은 탄두만 날아와 탐지하는 고성능 레이더와 요격체계를 개발하는 데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고 실제 위력은 105mm 포탄 수준으로 크지 않아 요격대상서 제외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반면 이스라엘 ‘아이언 돔’은 로켓탄은 물론 근거리 포탄·박격포탄도 요격할 수 있다.

수도권 위협하는 북 장사정포는 340문 정도다. 이중 240㎜ 방사포가 200문, 170㎜ 자주포가 140문 수준이다. 170㎜ 자주포는 5분에 1~2발을 쏠 정도로 느리고 위력도 240㎜ 방사포보다 약하다. 5분에 2발을 쏠 경우 1시간에 최대 3360발의 포탄을 수도권을 겨냥해 퍼부을 수 있다는 가정이 가능하다.

170㎜ 장사정포 대응 못해…대책 시급


240㎜ 방사포는 240㎜ 로켓 발사관 12개 또는 22개를 한 다발로 묶은 형태다. 22연장 기준으로 한번에 최대 4400발의 로켓 발사가 가능하다. 240㎜ 방사포 200문이 1시간 동안 2차례 재장전 발사가 가능하다는 기준 아래 1만3200발을 발사할 수 있다. 170㎜ 자주포와 합치면 1시간 동안 1만6560발을 쏠 수 있다.

하지만 실제 북 장사정포 발사가 이뤄지면 발사 5분 뒤 우리 대(對)포병 레이더로 북한 발사원점을 파악해 K9 자주포, 한국형전술지대지미사일(KTSSM) 등으로 북 장사정포 무력화에 나선다. 실제 포를 쏠 수 있는 북 장사정포는 시간이 흐를수록 감소해, 1만6000여발보다 적게 쏘게 될 가능성이 높지만 3360발의 170㎜ 자주포는 요격이 불가능해 안보 공보이라 지적에 피할 수는 없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170㎜ 장사정 포탄에 대한 요격체계 필요성과 함께 요격수단 개발보다 타격수단에 더 많은 예산을 투자해 조기 무력화에 주력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170㎜ 포탄을 요격할 수 있는 수단은 단기적으로는 30㎜ 기관포(CIWS-Ⅱ) 등이다. 중장기적으로 레이저 무기가 거론된다.

특히 레이저는 1회 발사비용이 1달러(1300원) 안팎에 불과해 ‘가성비 갑’ 요격무기로 평가 받고 있. 레이저 무기는 100킬로와트급 이상이 돼야 로켓탄과 포탄을 요격할 수 있다. 현재 우리 레이저무기는 드론을 요격할 수 있는 20킬로와트급 수준에 그치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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