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를 띄우기 위해 안간힘을 쓰던 사우디아라비아의 깜짝 가격 인하에 유가가 4% 넘게 급락했다.
8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배럴당 70.77달러로 전 거래일보다 4.1% 하락했다. 낙폭은 지난해 11월 16일(-4.9%) 이후 최대다. 브렌트유 역시 3.35% 내린 76.12달러에 장을 마쳤다.
가장 큰 이유는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에너지 기업인 아람코가 전날 최대 시장인 아시아 수출 가격을 배럴당 2달러, 그 외 모든 지역의 가격을 1.5~2달러 인하한 데 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네옴시티’ 프로젝트를 위해 돈이 필요한 사우디아라비아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을 주도하며 유가를 부양해왔다. 하지만 그런 사우디아라비아가 스스로 원유 가격을 인하하자 그만큼 중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원유 수요가 약한 방증이라는 우려가 확산돼 유가를 끌어내렸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깜짝 가격 인하는 자국의 원유 시장 점유율을 방어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다른 산유국과 미국산 셰일가스에 고객을 빼앗기기 전에 가격 인하로 선제 대응에 나섰다는 것이다. 투자 중개사 XM의 마리오스 하드키리아코스 선임투자애널리스트는 “미국과 같은 산유국들이 점유율을 잠식하는 것을 막기 위한 시도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유가 전망을 놓고 전문가들의 의견은 크게 엇갈리고 있다. 자산운용사 인베스코의 폴 잭슨 리서치부문장은 “OPEC의 감산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도 유가가 약세를 띠는 것은 전 세계 경제성장세가 얼마나 부진한지를 보여준다”며 “하지만 이란이 중동 분쟁에 개입하거나 러시아·미국 선거로 인해 지정학적 불안이 커지면 모든 것이 바뀔 수 있다”고 경고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이날 올해 브렌트유 전망을 80달러로 낮춘 반면 잭슨 부문장은 “올해 브렌트유가 100달러를 넘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