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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역사속으로 사라지는 보신탕집…"전업 지원금이라도 많았으면"

[종로구 '보신탕 골목' 가보니]

식용 개고기 금지 특별법 국회 통과

사육·도살·유통·판매 전면 금지 방침

상인·손님들 "어쩔수 있나" 실망감

전·폐업 기간 고려…3년 뒤 단속 시작

육견 업계 종사자 폐업·전업 지원 방침도

현행법상 '축산물'에서 개 제외 전망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신진시장 내 보신탕 골목이 한산하다. 정유민 기자




“진짜 앞으로는 못 먹나요. 아직은 멀게만 느껴지는데….”

9일 ‘식용 개고기 금지’를 골자로 한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가운데 서울경제신문이 찾은 서울 종로구 신진시장과 동대문구 경동시장 일대의 보신탕 골목은 한산한 분위기를 풍겼다. 성수기인 복날이 아닌 만큼 식당마다 한두 테이블만 찬 가운데 부정적인 시선을 의식한 듯 ‘보신탕’ 대신 ‘영양탕’이라고 써진 간판을 내건 곳도 있었다. 이곳에는 10여 곳의 보신탕집이 현재 영업하고 있다.

보신탕 골목에서 만난 50대 A 씨는 “한 달에 한 번씩 보신탕을 먹는다. 예전에는 가게가 여러 곳 있었는데 많이 사라졌다”면서 “(취식 금지가) 세계적인 추세라는데 별 수 있겠냐”며 아쉬운 듯 말했다. 한편 이곳을 지나던 싱가포르 여행객 캐런 씨는 “이 골목에서 개고기를 판다는 사실을 아냐”는 질문에 깜짝 놀라며 “전혀 몰랐다. 싱가포르에서는 펫(pet)을 먹지 않는다. 너무 이질적인 문화”라고 말했다.

이날 가결된 ‘개의 식용 목적의 사육·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은 식용 개 사육·도살·유통·판매 행위를 전면 금지했다. 3년의 준비 기간이 끝난 2027년부터는 식용 목적으로 개를 도살 시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 사육·증식·유통 시에는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먹을 권리’에 대한 침해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는 가운데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통계를 봤을 때 이미 사회적으로는 식용 개고기를 거부하는 암묵적 합의가 이뤄졌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가 지난해 12월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9명은 ‘개고기를 앞으로 먹을 의향이 없다’고 답했다.



관건은 개 식용 종식 과정에서 국내 육견 업계 종사자들의 생계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다. 이에 특별법은 개농장주·도축업자·유통상인·음식점 등에 대한 정부 지원 의무화 조항도 포함했다. 관련 업자가 지방자치단체 등에 영업 내용을 신고하고 ‘종식 이행 계획서’를 제출할 경우 추후 안정적인 경제활동 유지를 지원하도록 하는 것이다. 철거 및 폐업을 지원하고 축산·원예업 등으로의 전업을 유도하며 필요한 운영자금 등을 지원하는 방안도 거론됐다.

신진시장에서 40년 넘게 보신탕집을 운영해왔다는 B 씨는 이날 “없어진다 하면 별 수 있나”며 “(정부가) 전업을 돕는다는 말은 처음 듣는다. 나중에 진행되면 지원금이 많길 바란다”고 답했다.

한편 특별법 제정 이후에는 그간 모호했던 ‘개’의 법적 정의도 명확해질 것으로 보인다. 현행 축산물 위생관리법상으로는 ‘가축’에 개가 포함되지 않은 반면 축산법상에는 개가 가축에 포함돼 있다. 육견 업체 측은 이를 근거로 개 도축 행위가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당정은 향후 가축 범위에서 개를 일괄 제외해 반려동물로서의 지위를 명확히 할 방침이다.

한재언 동물자유연대 법률지원센터 변호사는 “법 사이에 충돌이 일어나지 않도록 이번 특별법을 시작으로 동물 복지를 위한 추가 개정이 계속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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