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경영계가 국회에 근로자 5~49인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시행 2년 유예를 거듭 호소하고 나섰다. 국회 일정상 25일 본회의에서도 유예 법안이 처리되지 않는다면 27일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은 예정대로 84만 개 중소기업도 적용 받는다.
기획재정부와 고용노동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정부는 9일 국회 본회의에서 중대재해법 2년 유예 법안이 처리되지 못한 직후 입장문을 내고 “국회에서 (유예 법안에 대해) 적극적인 논의를 하지 않는 것은 (법을 새로 적용 받는) 83만 7000개 영세 중소기업의 현실적 어려움을 외면하는 것”이라며 “27일 법 시행 전까지 유예 법안에 대한 신속한 입법 처리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현재 국회 일정상 27일 법 시행 전 본회의는 25일 하루 열릴 수 있다.
경제 6단체도 이날 입장문을 통해 “유예안이 처리되지 못해 안타깝고 참담하다”며 “법 유예는 소규모 사업장에 마지막으로 준비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법안이 국회에서 논의조차 안 된 것은 83만개사가 넘는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의 절박한 호소, 폐업, 그에 따른 근로자 실직 등 민생을 외면한 처사”라며 “더불어민주당은 전향적인 입장을 보여주기를 간곡히 호소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와 업계가 중대재해법 시행 유예가 필요하다고 밝힌 것은 새로 적용받는 기업의 특성 때문이다. 법은 중대재해를 일으킨 경영 책임자의 안전보건 관리 의무를 따져 형사처벌이 이뤄진다. 형사처벌이 이뤄지는 법이기 때문에 정부가 현장 상황을 고려해 다른 제도처럼 유예나 계도 기간도 둘 수 없다. 대표이사가 경영을 책임지는 영세기업의 경우 법 위반 의혹 수사만으로도 경영 불안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이 우려점으로 꼽힌다. 이미 현장에는 법 시행 이후 폐업이 늘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도 화성에서 파이프 생산 업체를 운영하는 A 씨는 “안전보건관리 전문인력은 큰 기업들이 다 뽑았기 때문에 부족하다. 우리 공장에 맞는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중대재해법 시행 유예의 키를 쥐었다. 민주당은 정부 사과, 종합 대책 수립, 경영단체 유예 후 시행 약속을 유예 법안 논의 조건으로 내걸었다. 당정은 세 가지 조건을 만족했다는 입장이다. 1조 5000억 원을 들여 새로운 법 적용 기업 84만 곳에 대한 안전진단을 비롯해 안전교육, 안전 장비 설비 확충 등 종합 대책을 마련했다. 경제단체도 2년 유예 법안이 시행되면 추가 유예를 요구하지 않기로 했다. 정부는 이날도 “취약 분야를 중심으로 준비와 대응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사과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정부 대책이 미흡하고 노동계는 중대재해법 유예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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