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위기를 겪는 태영건설의 근로자 임금체불 문제 해결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선다. 현장 피해를 파악해 밀린 임금을 상환하는 동시에 잠재적인 임금체불 가능성을 구조적으로 차단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번 임금체불 해결 과정은 건설 현장 근로자인 노동조합이 문제제기에 나서자 태영건설 사측과 정부가 나서는 모양새다. 경영 위기를 겪는 기업이 회생을 우선하는 과정에서 근로자 임금체불 문제가 늘 뒷전으로 밀리는 상황을 반복한 셈이다.
고용노동부는 11일 태영건설이 시공 중인 전국 105개 공사 현장의 임금체불 여부를 15일부터 4주간 전수조사한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전국건설노조가 8일 기자회견을 열고 임금체불 문제 해결을 촉구한 지 사흘 만이다. 당시 노조는 서울 주요 지역 건설현장의 체불임금 실태를 고발했다. 태영건설이 하도급 업체에 발행한 어음이 현금화가 어렵자 이들 업체의 근로자 임금 지급이 막혔다는 것이다.
이미 워크아웃을 위한 자구 노력에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던 태영건설은 하루 뒤 임금체불 문제 해결을 최우선으로 해결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8일 기자회견 당시 노조는 “태영건설 직원은 작년 12월 급여를 받았는데, 건설 근로자 임금은 11월치도 밀렸다”며 사측의 노력에 의구심이 쌓인 상황이다. 그러자 정부도 10일 임금체불 피해를 막을 대책 마련에 서둘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건설 하도급 계약 체결 시 대금 지급보증 준수 실태 점검에 나선다.
우려는 태영건설뿐만 아니라 전체 건설업의 임금체불 피해가 점점 심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작년 1~11월 건설업 임금체불은 3989억 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51.2%나 증가했다. 이는 같은 기간 전체 임금체불액(1조6218억 원)의 24.6%에 해당한다. 게다가 건설업 임금체불이 심한 이유는 태영건설처럼 단일 기업에 문제에 국한하지 않는다. 부동산 경기 부진,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공사비 증가, 금리인상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해 해결이 쉽지 않다.
정부는 임금체불 문제 해결 의지가 확고하다. 이날 고용부는 태영건설뿐만 아니라 전 업종 임금체불 해결 대책을 발표했다. 앞으로 한달 간 500여개 건설현장을 점검하고 관계부처와 대책 협의체를 구성한다. 또 익명신고센터로 접수된 160건을 기획감독하고 상습적이고 고의적인 체불사업주에 대해 구속수사 방침을 재확인했다. 통상 신고사건인 임금체불사건에 대해 직권조사까지 나설 방침이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임금체불은 우리 사회에서 더 이상 용납되지 않는다는 인식 변화를 이끌어 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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