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성장의 시대에서 살아왔다. 내일이 오늘보다 나을 것이라는 기대 속에는 경제와 사회, 문화 등 여러 분야에서 성장을 목표로 달려왔다. 실제로 소망은 이뤄졌다. 코로나19 시기를 제외하면 경제는 꾸준히 성장하고 있으며, K컬처를 필두로 문화강국으로 나아갔다. 이미 개발도상국 대신 선진국이라는 분류가 익숙해진 지 오래다. 모든 것은 순조롭게 성장하는 것으로 보인다. 단 하나, 출산율을 제외한다면.
뉴욕타임스(NYT)는 지난해 12월 0.7로 줄어든 한국의 합계출산율을 두고 ‘흑사병’으로 인구가 줄어든 중세 유럽보다 더 빨리 한국의 인구가 감소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실제로 출산율은 사상 최저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1960년대 베이비붐으로 6.0명에 달하던 합계출산율은 1983년 대체출산율(인구를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의 출산율)인 2.1명 이하로 떨어졌고, 올해는 처음으로 0.6명대에 진입할 것으로 예측된다.
책 ‘축소되는 세계’는 도시 계획 전문가이자 30년간 인구 감소 상황에서 경제 활성화 정책을 연구해 온 저자가 전 세계 인구 감소 현상이 지속될 때 어떤 미래가 도래할 것인지를 분석한다. 저자는 ‘성장’ 대신 ‘축소’를 미래 사회를 요약하는 키워드로 제시한다.
이미 한국을 포함한 많은 국가에서 출산율은 감소 추세다. 1960년대 4.98명이던 합계출산율은 1980년대 3.71명을 거쳐 2018년에는 2.41명으로 줄었다. 저자는 “지금 인구가 감소하는 국가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감소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예측까지 내놓는다.
문제는 출산율의 감소가 단순한 산술적인 문제에서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축소되는 인구는 사회의 활력을 빼앗아간다. 전 세계 인구가 실질적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측되는 2070년 이전인 2050년부터 세계의 경제 성장률은 하락세에 접어들 것으로 예측된다. 생산성의 감소와 소비의 비활성화, 디플레이션으로 인한 자본 투자 감소 등 우울한 미래 예측이 서서히 현실화할 수 있다.
책이 중대하게 다루고 있는 문제점 중 하나는 주택 과잉이다. 인구가 줄어들면 빈 집도 늘어난다. 일본의 경우 빈 집이 현재 800만 채에 이르고, 2040년에는 1500~2000만 채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2020년 기준 빈 집이 150만 채로 집계된 한국의 미래도 유사하다. 이로 인한 부동산 시장의 붕괴는 도미노처럼 국가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가할 수밖에 없다.
축소는 모두에게 공평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빈곤한 지역이 부유한 지역보다 더 빠르게 인구가 줄어든다. 줄어든 사회 전체의 재원을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진다.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던 시대는 지나고, 학력과 기술의 격차에 따른 불평등은 심화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렇다면 미래에는 순도 높은 불행만이 도사리고 있을까. 저자는 ‘축소 사회’라는 개념을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보장된 성장은 떠나갔다. 그렇기에 해결 대신 꾸준한 관리를 통해 인구 감소의 속도를 늦춰야 한다. 지역화는 저자가 제시하는 중요한 대안이다. 이는 첨단 기술의 발전으로 광범위한 국가·도시와 연결됨으로써 네트워크를 꾸려 활용 가능한 자원을 배가시킨다. 대도시와 소도시의 압도적인 불평등에 있어서도 지역 간 네트워크가 그 차이를 보조할 수 있다고 역설한다.
저출산을 제외하고서라도 인류는 기후 변화, 정치적 불안정 등 불확실한 위험을 앞두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는 환상 대신 현 시점에서 ‘축소되는 사회에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는 실용적인 자세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2만 3000원.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