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대리전’으로 13일 치러진 제16대 대만 총통 선거에서 친미·독립 성향의 민주진보당(민진당) 라이칭더 후보가 당선됨에 따라 대만해협을 사이에 두고 패권 경쟁을 벌여온 미국과 중국의 긴장 관계가 한층 고조될 전망이다.
중국은 시진핑 국가 주석이 신년사로 대만 통일을 강조하는 등 민진당의 재집권은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를 노골적으로 해왔다. 선거 당일인 이날까지도 군용기와 군함, 정찰용 풍선을 대만 주변으로 보내 군사적 압박을 계속했다.
중국은 차이잉원 민진당 정부가 집권한 지난 8년간 대만과 대화를 거부한 채 대만 해협을 사이에 두고 민진당에 대한 불만을 무력시위로 대신했다. 총통 선거를 나흘 앞둔 지난 9일에는 대만 상공을 지나는 위성까지 발사해 대만 당국이 경고를 발령하기도 했다.
중국은 총통 선거가 다가올수록 대만에 대한 경제적 압박까지 더하며 ‘이중 칼날’로 대만을 위협했다.
최근 ‘양안 경제협력기본협정(ECFA)’ 중단과 관련해 대만산 농수산물, 기계류, 자동차 부품, 섬유 등에 대한 관세 감면을 중단하는 추가 조치를 검토한다고 밝히는 등 경제 제재를 확대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중국이 수입 금지나 관세 감면 품목을 확대하는 것이 우려가 아닌 현실이 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미국은 대만 선거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지만 대만에 무기 지원을 강화하는 등 사실상 민진당을 지원 사격해왔다. 중국 견제를 위해 친미 성향 라이칭더 후보의 당선을 바란 만큼 양안 갈등이 한층 더 심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차이잉원 총통에 이어 라이칭더 후보가 당선됨에 따라 친미 성향의 민진당 정권이 집권 기간을 12년으로 늘어나게 됐다. 미국이 중국의 앞마당인 대만해협에 대한 영향력을 키우려고 할 경우 미중 관계 역시 격량에 빠져들 수 밖에 없다.
한편 미중 양국이 대만을 사이에 두고 긴장 관계가 고조되겠지만 직접적인 충돌까지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날 대만 총통 선거 전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12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반관반민 대표단을 이끌고 미국을 방문중인 류젠차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중련부장)과 회동했다. 작년 11월 조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간 정상회담 이후 고위급 교류를 이어가며 관계 안정화를 모색하는 상황에서 만난 두 사람은 ‘대만 총통선거 이후’ 양국 관계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했을 것으로 보인다.
선거 결과에 따라 대만해협 주변에서 중국의 무력시위 수준이 높아지고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양국이 대만 문제에 대한 각자 기본 입장을 확인하고 상대에게 ‘현상변경’ 행동에 나서지 말 것을 요구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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