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고기 식용 금지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동물권’ 보호에 대한 목소리가 확대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겨울철 대표 축제로 손꼽히는 화천 산천어축제와 지역 명물 청도 소싸움까지 폐지하라며 정조준했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들은 홍보 효과와 지역 경제 활성화 등을 위해 오히려 예산을 확대해 ‘동물권’과 ‘생존권’에 대한 갈등이 커지는 모양새다.
한국동물보호연합은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생동물들도 인간처럼 고통을 느낀다는 수많은 연구보고가 나와 있다”며 “동물을 오락과 유희를 위해 가지고 놀며 죽이는 것은 분명한 동물 학대다”고 지적했다. 지난 2003년부터 시작돼 관광객을 불러 모으고 있는 지역 대표 행사로 자리매김한 산천어 축제를 겨냥한 것이다.
동물권행동 카라를 비롯한 39개 시민단체들도 지난 8일 화천군청 앞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오직 축제를 위해 인공번식으로 태어난 60만 마리의 산천어는 고작 3주 동안 인간의 손맛과 입맛을 위해 죽어간다”며 “‘경제 논리로 동물학대 행위를 덮을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매주 경상북도 청도군 소싸움 테마파크에서 열리는 청도 소싸움도 비판을 마주했다. 개 식용 금지 논의가 활발했던 지난해 12월 녹색당은 전국 18세 이상 남녀 802명을 대상으로 소싸움 찬반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조사 결과 소싸움 대회에 대한 지자체의 예산 지원에 반대하는 비율이 60.9%였으며 소싸움의 단계적 폐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서 51.4%가 ‘폐지해야 한다’에 응답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원복 한국동물보호연합 대표는 “개 식용 종식이 이뤄졌는데 이것 또한 실제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동물 이용에 있어 인간으로서의 예의를 지키고 윤리적 결정을 하는 것이 세계적 흐름인데 우리 국민들의 생명 감수성도 높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런 지역 축제들은 오랜 기간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으며 명물로 자리매김해 지역 홍보와 수입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어 지자체들로서는 일부 시민단체들의 비판에도 축제를 유지하고 있다.
실제로 청도군은 올해 청도소싸움경기 운영지원 예산을 66억 7600만 원으로 책정해 지난해보다 3억 7600만 원 늘렸다. 화천군 역시 산천어축제 개최를 위해 올해 출연한 금액도 29억 9000만 원으로 지난해보다 2억 원 가까이 증액했다. 화천군 관계자는 “많은 동물보호단체들이 비판하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이곳을 찾는 분들 그리고 국민들이 판단할 부분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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