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공사를 대상으로 지난해 10월 19일 진행된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웃지 못할 촌극이 연출됐다. 야당의 한 의원이 김장실 당시 한국관광공사 사장에게 “공공기관 낙하산이 뭐라고 생각하나”라고 질의했다. 김 사장은 질문의 의미를 파악한 듯 머뭇거린다. 의원은 이재환 당시 한국관광공사 부사장이 “나는 낙하산”이라고 말하고 다니면서 전횡을 저지른다고 비판했다. 이어 ‘낙하산’이 스스로 낙하산이라는 것은 처음이라며 “양심선언이냐”고 일갈한다.
물론 이런 야당의 공세에 여당에서도 가만있지 않았다. 직전 한국관광공사 사장이었던 안영배 씨가 이날 국감에 어떤 안건의 증인으로 소환됐는데 여당 의원은 안 전 사장에게 “당신도 낙하산인가”라고 따진다. 안 전 사장은 소환 안건과는 관련 없는 질문이라면서 코멘트를 거부한다. 결국 이 부사장은 안팎의 압력에 며칠 후 바로 사퇴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감사에 이어 장관이 그를 직접 비판했다는 소식이 나온 직후였다.
어처구니없게도 김 사장도 올 들어 1월 10일 스스로 물러났다. 전직 국회의원(비례)인 그가 이번 총선에서 자신의 고향이 있는 경남 사천·하동·남해 지역구에 여당 후보로 출마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사장에 임명된 지 겨우 1년 3개월 만이다.
한국관광공사는 관광 진흥을 위한 핵심 기관이다. 그런데 역대로 낙하산 논란이 가장 심한 기관 중 하나이기도 하다. 김 사장이나 이 부사장이나 ‘관광’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었다. 둘 다 정권에서 ‘선거 공신’에 대한 논공행상 차원에서 임명됐다는 비판을 받았다. 바로 낙하산이다. 이는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돼 4년 동안 사장직에 있었던 안영배 씨도 비슷하다. 또 앞서 다른 사장들도 도긴개긴이다.
이런 현상에 대해 관광 업계에서는 관광이라는 분야 자체가 다양한 분야를 포괄하는 업종이라서, 거꾸로 보면 누구나 관련돼 있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이에 따라 한국관광공사는 정권마다 대표적인 낙하산 인사 대상이었고 선거 등을 위한 중도 사퇴, 복지부동 등이 이어져왔다. 물론 이제는 이를 끊어내야 한다.
현재 관광 업계와 관광산업을 둘러싼 상황은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 코로나19 팬데믹에 관광이 가장 큰 타격을 입었고 아직도 회복은 요원하다. 지난해와 올해는 ‘한국 방문의 해’다. 특히 정부는 올해 외래 관광객 2000만 명 유치를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이런 때 ‘전쟁 중인 장수가 딴짓을 하겠다면서 전선을 비우는’ 상태가 된 것이다.
한국관광공사 사장의 공모는 다시 시작된다. 업계는 또다시 낙하산이 될지 지켜보고 있다. 관광은 관광 전문가를 절대로 필요로 하고 있다. ‘인사가 만사’라고 했다. 다른 모든 분야에서도 적재적소의 인사가 이뤄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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