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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당뇨 치료’ 새 지평 열리나…장기에 빛 쬐니 체중·지방 줄었다

■세브란스병원·가톨릭대 공동 연구팀

당뇨병 앓는 쥐로 광역동치료 효과 확인

세브란스병원 정문재(왼쪽) 소화기내과 교수, 구철룡 내분비내과 교수. 사진 제공=세브란스병원




소화기관인 십이지장에 빛을 쪼여 비만과 당뇨를 치료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정문재 교수·내분비내과 구철룡 교수, 가톨릭대학교 나건 교수·이상희 박사 연구팀은 내시경을 통한 빛 치료로 당뇨병이 있는 쥐의 몸무게와 지방량을 감소시켰다고 15일 밝혔다.

고도비만 환자는 식이요법, 운동 등 생활습관 개선이나 약물치료만으로 체중을 감량하는 데 한계가 있다. 특히 당뇨병 등 대사질환을 동반한 비만 환자에게는 위를 줄이거나 영양을 흡수하는 소장의 길을 바꿔주는 비만대사수술이 유일한 치료법이다. 국내에서는 2019년부터 체질량지수(BMI) 35kg/㎡ 이상 또는 BMI 30kg/㎡이상이면서 당뇨병 등 대사질환을 동반한 환자가 치료 목적으로 비만대사수술을 받는 경우에 한해 건강보험이 적용되고 있다. 그러나 수술적 치료는 당뇨병·비만 치료 효과가 뛰어난 대신 부작용 우려가 컸다. 소화과정을 빠르게 거치면서 구토, 어지러움, 식은땀 등이 나타나는 덤핑증후군을 비롯해 위 폐쇄, 영양실조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런 문제로 실제 수술을 받는 사례가 대상자의 1%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진은 십이지장에 분포하는 K세포가 위억제펩티드(GIP)를 분비해 대사질환을 악화시킨다는 점에 주목했다. GIP는 당뇨가 없는 정상 환자에서 인슐린 분비를 촉진해 혈당 조절을 돕고 장 상태를 건강하게 만들지만 비만 등 대사 질환이 있는 환자에서는 반대로 작용한다. 대사성 질환을 앓는 환자의 십이지장에서 K세포가 줄어들면 혈당·체중·식욕을 감소시키는 호르몬인 글루카곤 유사펩티드-1(GLP-1)를 분비하는 L세포가 늘어난다.



당뇨병 앓는 실험 쥐의 혈장 GIP 수치 비교. 사진 제공=세브란스병원


연구진은 K세포를 제거하고 L세포를 증식시키기 위해 내시경을 통한 광역동치료(PDT·Photodynamic Therapy)를 활용했다. 빛에 반응하는 광과민제에 특정 파장의 빛을 조사해 주변 세포를 사멸시키는 원리다. 당뇨병을 앓는 쥐의 십이지장 내부에 광과민제를 주입한 후 PDT를 시행한 결과 GIP 호르몬 분비가 줄어 몸무게가 7%, 지방량이 6% 감소했다. 수술 또는 약물치료에 수반되는 부작용 우려를 최소화하고 PDT를 통해소장 대사질환에 관여하는 세포비율을 변화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다.

연구팀은 이번 시술이 최근 전 세계적으로 각광 받고 있는 비만 치료제를 대체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정 교수는 “광역동치료는 수술에 비해 안전하게 시행할 수 있다”며 “인체 적용을 위해 시술을 다양한 조건에서 테스트하는 추가 연구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바이오머티리얼’ 최근호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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