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4·10총선을 앞두고 중진 의원에 대한 물갈이 공천의 칼을 빼들었다. 3선 이상 현역 의원들이 기존 지역구에 도전할 경우 경선에서 대폭 페널티를 적용하겠다는 내용이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16일 1차 회의를 열고 동일 지역구에 출마하는 3선 이상 현역 국회의원에 대해 경선 득표율을 15% 감산한다는 내용의 공천 방향을 발표했다. 현역 중진 의원들에게 ‘텃밭’을 떠나 험지에 출마할 것을 압박하려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공관위는 시스템 공천을 위해 현역 의원을 대상으로 ‘교체지수’도 도입하기로 했다. 교체지수는 당무 감사 결과 30%, 공관위 주관 컷오프(공천 배제) 조사 결과 40%, 기여도 20%, 면접 10%로 구성된다. 현역 의원이 있는 지역구 전체를 4개 권역으로 구분해 하위 10%는 컷오프하고 하위 10~30%는 경선 득표율에서 ‘-20%’를 적용한다. 이에 따라 현역 의원 중 7명은 공천 대상에서 제외되고 18명은 큰 감산을 얻고 경선에 임해야 한다. 3선 이상 의원이 하위 10~30%에 들 경우 최대 35%의 감산까지 이뤄질 수 있다.
도덕성 기준도 강화된다. 국민의힘은 성폭력 2차 가해, 직장 내 괴롭힘, 학교폭력, 마약을 ‘신(新)4대 악’으로 규정하고 공천 신청자 부적격 기준에 포함했다. 음주운전 기준도 강화돼 △윤창호법 시행(2018년 12월 18일) 후 1회 △선거일부터 10년 이내 2회 △선거일부터 20년 이내 3회에 해당하는 인사는 공천에서 배제된다.
지역별 경선 방식에는 차이를 둔다. 기존에는 ‘당원 50%, 일반 국민 50%’의 비율로 경선을 치렀다. 앞으로는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를 제외한 수도권·호남권·충청권에 대해서는 ‘당원 20%, 일반 국민 80% 방식’이 도입된다. 국민의힘 텃밭인 강남 3구 및 영남·강원권에 대해서는 기존대로 ‘당원 50%, 일반 국민 50%’ 방식이 유지된다. 기존의 방식으로는 당세가 약한 수도권에서 국민 여론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 해법이다. 정영환 공천관리위원장은 “(여당 지지세가 높지 않은 지역구에서는) 국민의힘을 지원하는 비율이 10%밖에 없다면 (나머지 유권자) 90%의 뜻을 모른다. 우리를 반대하는 분들도 (공천 과정에) 참여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취임 이후 지속적으로 ‘헌신’과 ‘희생’을 강조해왔다. 동일 지역구에 출마하는 중진 의원에 대한 페널티 부여는 공관위원장을 겸임하는 한 위원장의 의중을 반영한 반영인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의 유사한 사례로는 앞서 2022년 당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회의원 연속 3선 초과 금지’ 제도화를 추진했던 것이 꼽힌다.
사실상 ‘동일 지역구 3선 제한’을 압박하는 이번 공천 방향에 현역 의원들의 반발이 이어질 수 있다. 한 수도권 중진 의원은 “이 정도면 3선 이상 한 지역구에 나왔던 의원은 다른 지역에서 하라는 메시지 같다”며 “(영남이면 몰라도) 충청·수도권의 동일 지역 3선 의원이 지역을 옮기는 게 바람직한지 모르겠다”는 우려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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