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복지공단이 중소기업을 위해 마련한 퇴직연금기금제도인 ‘푸른씨앗’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 제도의 성장 배경으로는 중소기업 노사가 늘 겪는 퇴직금과 노후 문제를 해결하고 높은 수익을 안겨줄 수 있다는 기대감이 꼽힌다.
17일 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공단이 운영하는 푸른씨앗은 2022년 9월(사업주 실계약 시작) 시행 이후 같은 해 12월 2552곳이던 가입 사업장이 1년 만에 1만 4848곳으로 약 6배 늘었다. 적립금 증가 추이는 더 가팔랐다. 2022년 12월 325억 원이던 적립금은 지난해 12월 4918억 원으로 조만간 5000억 원 선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가입 근로자도 7만 7000여 명으로 크게 뛰었다.
푸른씨앗은 정부가 고령사회에 진입한 근로자의 노후 소득을 안정적을 뒷받침하기 위해 도입한 공적 퇴직급여제다. 중간 정산, 잦은 이직 탓에 은퇴 이후 생활 자금으로 한계를 지니는 퇴직금의 단점을 보완한 게 특징이다. 직장이 도산하거나 퇴직금을 제대로 못 받을 것 같다는 근로자의 불안감도 덜 수 있는 제도다.
특히 푸른씨앗은 소규모 중소기업을 위한 맞춤형 제도로 평가 받는다. 근로자 30인 이하 사업장만 가입할 수 있다. 이 제도는 사업주와 가입자(근로자) 모두 혜택이 다양한 것이 특징이다. 올해부터 사업주만 받던 지원금이 근로자에게도 지원된다. 올해 가입하는 사업주는 수수료가 4년간 면제된다.
푸른씨앗은 크게 벌어진 대기업과 중소기업 근로자의 노후 소득 격차를 줄이는 정책적 효과도 있다. 2022년 퇴직연금 통계에 따르면 근로자 30인 미만 사업장의 퇴직연금 도입률은 23.7%로 100인 이상 사업장(88.5%)의 3분의 1 수준이다.
가입자 입장에서는 공공기관인 근로복지공단이 퇴직급여를 안정적으로 관리한다는 것도 장점이다. 공단이 기금을 투자하는 방식으로 근로자의 수익을 늘릴 수 있다. 운용은 기금제도운영위원회의 판단을 거쳐 미래에셋증권·삼성자산운용 등 대표적인 금융기관이 맡는다. 그 결과 지난해 푸른씨앗의 수익률은 7%로 국내 퇴직연금 평균 수익률(1~2%대)을 크게 웃돌았다.
박종길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은 “중소기업 근로자는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노후 준비에 취약했다”며 “과감한 재정 지원 정책으로 근로자의 퇴직연금 가입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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