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자금 조달 여건이 악화하면서 지난해 전 세계에서 159곳의 기업이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에 빠진 것으로 집계됐다. 고금리 추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올해 디폴트를 선언하는 기업이 예년보다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다.
17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자사 신용평가 대상 업체 가운데 159곳이 지난해 디폴트를 선언했다고 밝혔다. 앞서 전날 또 다른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 레이팅스도 지난해 디폴트 기업이 153곳으로 전년(85개)보다 80% 늘었다고 집계했다.
무디스 평가 업체 가운데 지난해 12월 디폴트 상태에 빠진 기업은 20곳으로 11월의 4곳보다 5배나 많았다. 1년간 디폴트 기업들의 비율은 지난달 기준 4.8%였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여파가 집중됐던 2021년 5월 이후 월간 기준으로 가장 높은 수치다.
지역별로 보면 미국에 본사를 둔 기업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유럽 기업도 8곳이나 됐다. FT는 “우크라이나 전쟁 및 대러시아 제재로 인한 디폴트를 제외하면 15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난해) 유럽에서 가장 많은 디폴트가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분야별로는 컨설팅·마케팅 등을 포괄하는 ‘비즈니스 서비스’ 영역에서 15개 기업이 디폴트를 선언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으며 헬스케어 관련 기업이 13곳으로 뒤를 이었다.
무디스는 “높은 자금 조달 비용과 긴축적인 환경이 지난해 기업 디폴트를 끌어올렸다”며 “주요 경제국의 금리 인하 속도는 (지금까지 단행된) 금리 인상 속도보다 느릴 것이고 이에 따라 고금리도 상당 기간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러한 판단을 토대로 무디스는 디폴트 기업 비율이 올해 1분기에 4.9%로 정점을 찍은 뒤 연말에 3.7% 수준으로 내려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최악의 경우 11.5%에 이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FT는 “엔터테인먼트·미디어처럼 소비자 지출과 연관이 높은 분야들이 올해 디폴트를 주도할 것”이라며 특히 신용등급 B- 이하로 낮은 기업들이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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