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 환자들의 시력을 회복시킬 수 있는 안전성 높은 소프트 인공망막이 개발됐다.
변석호 세브란스병원 안과 교수와 이준원 강남세브란스병원 안과 교수, 박장웅 공과대학 신소재공학과 교수 연구팀은 자체 개발한 액체 금속 기반의 소프트 인공망막이 실명 환자들의 시력 회복을 돕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19일 밝혔다.
망막색소변성증, 황반변성 등 망막질환으로 실명한 환자의 시력회복을 위해서는 인공망막 장치를 망막 혹은 뇌에 직접 연결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기존 인공망막 장치는 딱딱한 금속 재질의 전극을 망막, 뇌 등 부드러운 신경조직에 삽입해야 하는 만큼 손상이 불가피했다. 그 과정에서 염증반응을 일으킬 뿐 아니라 흉터를 남겨 시간이 지나면 신경조직과 전극 사이에 전기신호가 통하지 않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런 기술적 문제로 그동안 상용화됐던 인공망막 장치들을 현장에서 사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연구팀은 생체적합성이 높은 액체 금속으로 제작된 3D 전극을 통합한 소프트 인공망막을 개발했다. 고체 금속 기반의 인공망막과 달리 망막조직과 유사한 부드러운 소재를 이용해 망막 손상을 최소화했고 곡면으로 이뤄진 망막 표면에 최대한 밀착될 수 있도록 바늘 모양의 3차원 전극을 사용해 전기전도 효율도 높였다.
연구팀이 자체 개발한 소프트 인공망막을 망막 퇴행으로 실명한 쥐 모델에 이식하고 시력 회복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국부적으로 빛을 쪼인 결과, 빛을 받은 부분은 빛을 받지 않은 부분에 비해 약 4배 큰 망막 신호가 유발됐다. 해당 망막은 소프트 인공망막을 이식하기 전까지 빛에 대한 반응이 전혀 없었다. 이식 후 빛의 형태에 따라 반응이 발생하면서 시각이 회복됐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3차원 구조를 갖춘 덕분에 동일한 소재의 평면 전극과 비교해 신호전달 효율이 2배 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체 금속 소재 인공망막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망막 손상, 염증반응 등 자극 전극 주변의 면역반응은 발생하지 않았다.
변 교수는 “액체 금속 3D 전극을 이용한 인공망막 장치는 기존의 딱딱한 금속 재질의 인공망막과 비교해 망막조직의 손상을 줄이고 불규칙한 표면을 가진 망막에도 전극을 정확하고 안정적으로 접촉시킬 수 있다”며 “실명 환자들을 위한 맞춤형 인공망막 개발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 자매지인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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