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어도 2026년에는 입주할 것으로 예상하고 사전청약을 했는데 이제 어떻게 하나요. 다른 단지 청약도 포기하면서 기다려왔는데 사업을 취소한다고 하니 기가 막힙니다.”
최근 우미건설 계열사인 심우건설이 ‘인천 가정2지구 우미 린 B2BL’ 주택 사업을 취소한다고 밝히자 사전청약 당첨자들은 발을 동동 굴렀다. 사전청약을 받은 민간 단지 중 사업 자체가 취소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내 집 마련 계획이 틀어진 것은 물론 그동안 날린 기회비용이 너무 크다며 허탈감을 호소하고 있다.
사전청약은 주택이 빠르게 공급되고 있다는 시그널을 시장에 주기 위해 2021년 문재인 정부 시절 도입됐다. 공공·민간 단지가 사전청약 공고를 내면 짧게는 1년, 길면 2~3년 후 본청약을 시행한 후 2~3년 후에 입주하는 구조다.
문제는 이러한 일정표대로 사업 진행이 이뤄진 곳이 드물다는 점이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와 공사비 급등 여파로 사업 진행이 어려워지면서 본청약 일정이 예정보다 밀리는 단지가 수두룩하다. 2021년 첫 사전청약을 진행한 3기 신도시 공공분양 단지는 이미 본청약이 예정보다 1년가량 미뤄졌으며 인천 검단, 파주 운정 등에서 분양된 민간 사전청약 단지들도 예상보다 1년~1년 6개월가량 지연됐다. 2022년 4월 사전청약을 받은 '가정2지구 우미 린’도 당초 2023년 3월 본청약을 진행하고 2025년 11월 입주할 예정이라고 공지했지만 본청약은 시행도 못하고 급기야 사업 취소를 결정했다.
사전청약은 본청약과 달리 제약이 덜하다. 사전청약 당첨자가 당첨자 지위를 포기해도 다른 공공·민간 분양 사전청약이나 일반청약에 지원할 수 있다. 사전청약에 당첨됐지만 이후 본청약 시점에서 분양가가 올라 장점이 없다고 판단해 당첨자 지위를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사전청약 단지에 최종 입주를 목표했던 청약자들은 입장이 다르다. 해당 단지에 입주할 것을 염두에 두고 몇 년 전부터 자금 조달 계획을 세우고 전세 계약도 조절해왔을 텐데 본청약이 지연되거나 아예 사업이 취소되면 그동안의 계획이 물거품이 되고 만다.
이에 ‘사전청약 무용론’도 거세지고 있다. 한 주택 업계 관계자는 “현 사전청약 시스템은 인허가 지연 및 사업성 악화 등으로 본청약이 연기되거나 사업 취소 시에도 주택 사업자들은 책임을 지지 않고 수분양자만 피해를 보는 구조”라며 “전 정부 시절 도입된 사전청약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금리와 공사비 급등으로 부동산 경기가 위축되면서 사전청약의 실효성이 떨어지고 있는 만큼 당국이 제도를 그대로 운용할지, 보완할지 고민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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