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발트해 연안 항구도시 우스트루가에 위치한 대형 화학물질 운송 터미널이 21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무인기(드론) 공격으로 보이는 대형 폭발사고로 운영을 중단했다. 이 터미널에서 정제한 연료를 러시아군에도 공급한다는 점에서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스트루가 항구 운영 책임자인 유리 자팔라츠키는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이날 터미널에서 2차례 폭발 사고가 났으며 가스탱크가 터지면서 화재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 터미널은 러시아 최대 액화천연가스(LNG) 생산 업체인 노바텍이 운영하는 시설로, 회사 측은 성명에서 ‘외부 영향’으로 화재가 발생해 인명피해는 없지만 운영을 중단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현지 매체들은 주변 지역의 중요 인프라에 높은 수준의 경계태세가 내려졌다고 전했다.
우스트루가는 제2도시인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남서쪽으로 165㎞ 떨어진 곳으로, 석유·가스 제품을 해외로 수출하는 전진기지 역할을 했다. 여기서 정제된 연료는 러시아군에도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테르팍스 통신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이번 폭발이 우크라이나 보안국이 수행한 특수작전의 결과라며 “러시아에 경제적 피해를 입힐 뿐 아니라 연료 수송도 복잡하게 만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로이터는 이번 폭발이 우크라이나군의 공격 때문이라면, 러시아 영토 깊숙한 곳까지 무인기로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음을 보여준 셈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지난 19일에는 러시아 서부 브라이언스크 지역의 석유 저장소가 공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지는 등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양측이 서로의 에너지 인프라를 겨냥한 공습을 주고받고 있다.
한편 우크라이나 동부 러시아 점령지인 도네츠크시(市) 외곽의 한 시장에서도 이날 폭격이 발생, 최소 25명이 숨졌다고 러시아 측이 주장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가 세운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 정부 수장 데니스 푸실린은 “도네츠크시 교외에 우크라이나군이 발사한 포탄이 떨어져 응급의료 활동 중”이라며 이같이 전했다. 그는 적어도 27명이 숨졌으며 “어린이 2명을 포함해 부상자도 25명이 나왔다”고 말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이날 공습이 테러라며 “우크라이나 정권이 외교적 수단을 통해 평화를 달성하려는 정치적 의지가 부족하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줬다”고 논평했다. 유엔도 “민간인, 민간 인프라를 겨냥한 모든 공격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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