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며 최전선의 군인들이 갖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반갑지 않은 ‘손님’으로 인해 병사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21일(현지시각) CNN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최전선에 쥐떼가 들끓고 있다고 보도했다. CNN 보도에 따르면 최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군인들이 소셜미디어에 ‘쥐떼’ 관련 영상을 공유하고 있다. 영상을 보면 쥐들이 침대, 배낭, 군복 주머니, 베갯잇 등을 휘젓고 다니는 모습이다. 러시아 박격포 안에서 포탄 대신 쥐가 쏟아져 나오는 모습도 영상에 담겼다.
‘키라’라는 호출명을 쓰는 우크라이나 여군은 지난해 가을 우크라이나 남동부 자포리야 지역에서 전투를 벌이는 동안 쥐와의 전쟁에 시달렸다고 말했다.
그는 “잠자리에 들면 쥐가 옷 속으로 들어가거나 손가락 끝을 씹고, 손을 물어 뜯는 것으로 밤이 시작된다”며 “운이 좋으면 2~3시간 정도 잘 수 있을 정도”라고 했다.
키라는 쥐를 잡기 위해 암모니아와 전용 퇴치제 등을 뿌리고 고양이를 키우기도 했다고 전했다. 심지어 상황 해결을 위해 ‘기도’를 하는 방법도 써봤지만 쥐떼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는 “처음엔 고양이가 쥐를 잡아줬지만 나중에 쥐가 너무 많아지니까 고양이도 포기했다”고 했다.
CNN은 혹독한 겨울 속에 쥐떼들이 먹이와 온기를 찾아 이동하면서 최전선에 질병을 퍼뜨리고 있다며 이는 현재 정체된 전쟁 상황을 보여주는 척도이기도 하다고 전했다.
지난해 12월 우크라이나 군사정보국(GUR)은 텔레그램을 통해 "겨울 의류 공급, 의료 지원 부족으로 인해 ‘쥐 열병’이 러시아군 전체에 퍼졌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군은 얼마나 많은 러시아 병사가 병에 걸렸는지는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군이 주장하는 전염병은 한타바이러스로 전염되는 유행성출혈열로 보인다. 유행성출혈열은 쥐가 옮기며,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규명했다. 병원균과 직접 접촉하거나 쥐 배설물 등을 흡입하면 전염된다. 두통, 고열, 발진 등을 유발하고 단백뇨가 전신성 출혈 등이 나타난다.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고 치사율은 2∼3% 정도다.
이뿐 아니라 쥐떼들이 군사 장비를 손상시키고 있다는 증언도 나왔다. 키라는 “쥐가 라디오, 중계기, 전선을 씹어 통신을 방해했다. 차량의 전기배선을 갉아먹어 차가 움직이지 못하기도 했고, 탱크 바퀴도 씹어 먹었다”고 했다.
더욱이 최전선에 혹독한 겨울 추위가 찾아오면서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호르 자호로드니우크 우크라이나 국립역사박물관 연구원은 “쥐들과의 싸움은 조직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군인들에게 의존해서는 안 된다”며 “전투 능력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에 (쥐떼로부터) 군인들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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