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복잡한 권리관계로 전세사기 피해 지원의 사각지대로 지목된 다가구주택에 대해 매입 요건을 완화를 통한 피해자 지원에 나선다. LH는 22일 다가구 주택에서 2명 이상이 전세사기 피해자로 결정되고 피해자 전원이 동의하면 이를 모두 매입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다가구 피해주택 매입요건 완화’ 방안을 발표했다. 그 동안에는 다가구 전체 세대가 피해자로 결정되고 전원이 동의해야 매입할 수 있었는데 요건을 완화한 것이다. LH 관계자는 “이날(22일)부터 매입 공고를 내고 관련 지원책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다가구주택은 다세대주택과 달리 개별 등기가 돼 있지 않고 가구별로 임대인과의 권리관계가 복잡하다. 이에 LH가 경·공매시 피해자로부터 우선매수청구권을 넘겨 받아 피해 주택을 매입하기 어려웠다. 이 때문에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의 사각지대로 지목됐다.
LH는 다가구주택 매입 시 전세사기 피해자뿐만 아니라 기존 임차인의 주거권도 보장하기로 했다. 기존 임차인이 희망할 경우 자산·소득 기준과 관계없이 임시 사용 계약을 체결하고, 시세의 50% 수준으로 최대 2년간 거주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전세사기 피해자의 경우 시세의 30% 수준으로 최장 20년간 거주가 가능하다.
다가구주택 내 적법한 용도로 활용 중인 근린생활시설 또는 반지하가 포함된 주택도 매입 대상에 포함한다. 해당 공간은 매입 후 주민공동시설로 활용하고, 반지하 세대에 거주 중인 임차인은 해당 주택 지상층 공실과 인근 공공임대주택으로 이주하도록 돕는다.
이 밖에 경·공매에서 LH가 아닌 제3자가 낙찰받았으나 피해자가 해당 주택에서 계속 거주하기를 희망하는 경우 전세임대 제도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 전세임대 제도는 피해자가 원하는 민간 임대주택을 찾아오면 LH가 소유주와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후 재임대하는 제도다. 우선 공급 가능한 공공임대주택이 부족해 당장 입주가 어려운 경우 이를 활용할 수 있다. 고병욱 LH 주거복지본부장은 "이번 피해자 주거지원 확대가 사각지대에 놓인 많은 피해자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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