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이 마이너스 금리로 대표되는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유지하기로 했다.
BOJ는 23일 전날부터 이틀간 진행된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단기 정책금리(당좌예금 정책잔고 금리)를 기존의 -0.1%로 동결하고, 장기금리 지표인 10년물 국채 금리는 0%로 유도하는 기존 완화 정책을 지속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일본은행은 경기부양을 위해 2016년 1월 단기금리를 마이너스로 동결한 뒤 장기간 금융 완화책을 유지해 오다 지난해 장기금리 지표인 10년물 국채 금리 상한선 목표를 7월과 10월 두 차례 올리고, 사실상 상한선이던 1%를 일정 수준 초과해도 용인하기로 유연화하면서 ‘금융완화 출구’에 시동을 걸었다. 앞서 우에다 가즈오 BOJ 총재도 장기 디플레이션 탈출의 전제 조건으로 삼은 임금과 물가 상승의 선순환과 관련해 “확실성이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고 언급해 정책 변화의 기대를 키웠다. 일각에서는 올 4월 전후로 예상하던 마이너스 금리 해제가 연초로 당겨질 수 있다는 기대가 한때 확산했지만, BOJ는 안정적인 데이터 확인에 방점을 실었다. 연초 발생한 노토반도 강진도 섣부른 금리 인상으로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BOJ는 정책 전환에 있어 ‘관건’으로 꼽았던 ‘물가 상승을 반영한 임금 인상’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BOJ는 이날 함께 공표한 경제·물가 전망 보고서에서 “임금 상승이 판매 가격에 반영돼 가면서 임금과 물가의 선순환은 강해져 간다”며 “(선순환의) 정확도는 계속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무구루마 유미 미쓰비시 UFJ 모건 스탠리 증권 수석 채권 전략가는 "BOJ가 2% 물가 목표 실현에 대해 정확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공식 문서에 명기한 것은 처음"이라며 마이너스 금리 해제에 한걸음 다가선 것이라고 평가했다.
향후 리스크 요인의 하나로는 미국과 유럽 중앙은행의 동향을 꼽았다. 미국을 중심으로 금리 인하 움직임이 본격화할 경우 자원·곡물을 중심으로 한 수입물가 동향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올 4월을 유력한 정책 전환의 시점으로 보고 있다. 블룸버그가 시장 전문가 5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59%가 올 4월 회의 때 정책 전환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우에다 총재가 지난해 회의때부터 강조했던 임금 인상의 데이터가 충분히 확보되려면 봄철 춘계노사협상 결과가 나오고, 중소기업의 데이터 일부가 축적되는 3월이 지나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새해 들어서는 노토반도 지진과 일본 집권당의 비자금 스캔들이라는 정치 혼란까지 더해진 상황이다. 우에다 총재는 지진 발생 전에도 “안정적인 물가 목표를 달성했는지 확신하는 데이터를 연초까지는 확보하지 못할 것 같다”고 언급한 바 있다. 4월 정책결정회의는 25~26일 열리기에 이 때는 춘투 결과와 중소기업 임금 데이터 뿐만 아니라 기업 단기경제관측 조사(단관), 시중은행 지점장 회의 의견 수렴 등 보다 폭넓은 경제 데이터를 충실하게 반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4월의 경우 금리 변경 후 불과 이틀 뒤 보궐선거를 비롯해 정치 이벤트가 예정돼 있는 만큼 4월 아닌 3월 BOJ 정책결정회의에서 해제가 이뤄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현재 호소다 히로유키 전 일본 중의원 의장 사망에 따른 1개구 보궐선거가 예정돼 있지만, 자민당 내 파벌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에 따른 의원 사직 등을 이유로 선거가 최대 4곳 정도로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보선이 확대되면 그 무게감이 달라지는 만큼 직전에 금융정책을 전환하는 것이 미묘해질지도 모른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일정 상 BOJ가 기동적으로 3월에 먼저 움직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편, BOJ는 유가 하락을 이유로 2024년도(2024년 4월∼2025년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2.8%에서 2.4%로 하향 조정하고, 2025년도(2025년 4월∼2026년 3월) 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기존 1.7%에서 1.8%로 소폭 인상했다. 2023년도(2023년 4월∼2024년 3월) 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기존 2.8%를 유지했다. 2024년도 전망치가 하향 조정됐지만, 물가 상승률은 2022년도부터 3년 연속 BOJ의 목표치인 2% 대를 유지하게 됐다. 무구루마 유미 전략가는 올해와 내년 전망치 조정과 관련해 "에너지를 제외한 코어 수치 전망은 변함이 없다"며 "대게 상하로 규형을 잡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023년도 전망치를 기존 2.0%에서 1.8%로 낮추고, 2024년도 전망치는 기존 1.0%에서 1.2%로 올렸다. 2025년도 전망치는 기존과 같은 1.0%를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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