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중국 증시가 급락하며 5년 만에 최저치로 추락하자 중국 당국이 강력한 대응책을 꺼내 들었다. 약 430조 원에 달하는 대규모 자금을 긴급 투입해 증시 부양에 나설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국영 은행들은 증시 하락에 따른 위안화 환율 방어를 위해 달러 매도에 나선 것으로 파악된다. 리창 중국 총리가 증시 발전 대책을 주문하자마자 하루 만에 전격 이뤄진 조치로, 이날 홍콩 H지수가 2.78%나 급등하는 등 시장이 즉각 반응했다.
23일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정부가 증시 안정을 위해 약 2조 위안(약 371조 원)의 자금을 긴급 투입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증시안정기금은 후강퉁과 선강퉁을 통한 중국 본토 주식 매수를 위한 목적으로 중국 국영기업의 해외 계좌에서 조달할 방침이다.
또 당국은 중국증권금융공사(CSFC)와 후이진투자유한공사(CHI)를 통해 추가로 최소 3000억 위안을 중국 증시에 투입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CSFC는 중국증권감독관리위원회 산하 기관으로 증시 투자 기관에 대한 대출을 담당하고 CHI는 국유 은행 등 주요 금융회사의 지배주주 역할을 하는 국부펀드다. 증시안정기금 규모는 무려 2조 3000억 위안(약 432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당국은 추가적인 증시 부양 조치도 적극 강구하고 있으며 최고 지도부의 승인을 얻으면 이번 주 중 최종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최근 중화권 증시는 가파른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홍콩 H지수는 지난해 중국 본토 경기 둔화와 대내외 리스크가 더해지며 글로벌 주요 중시 중 가장 부진한 14.0%의 하락 폭을 기록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2023년까지 4년 연속 하락하며 고점 대비 하락률이 60%에 육박해 국내에서는 최근 H지수에 연계된 주가연계증권(ELS)의 대규모 손실 사태를 촉발하기도 했다.
상하이종합지수도 지지부진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9개월 동안 20% 가까운 낙폭을 보였다. 문제는 올 들어 하락률이 더욱 가파르다는 점이다. 올 들어 이달 22일까지 하락률은 7.35%로 지난해(3.7%)의 두 배에 육박한다. 특히 22일에는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대출우대금리(LPR) 동결에 따른 실망 매물이 쏟아지며 상하이지수·선전성분지수·CSI300지수 등 중국 3대 지수가 일제히 2% 이상 폭락해 4~5년 만에 최저점을 찍었다.
중국 증시는 지난해 하락장 이후 올해도 반등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중국 경제 매체 제일재경은 △금리 인하 지연 △부동산 시장 침체와 리스크 확산 △소비 둔화 등을 원인으로 꼽았다. 중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 확산은 주가 하락으로 이어졌다. 시가총액 기준으로 A주 시가총액은 연초 87조 6600억 위안에서 80조 700억 위안으로 15거래일 만에 7조 5900억 위안 증발했고 중국 증시에서 시가총액 1000억 위안 이상인 기업은 122곳에서 115곳으로 줄었다.
증시 급락에 중국 2인자인 리 총리는 전날 베이징에서 국무원 상무회의를 주재하고 강력하고 효과적인 조치를 통해 시장 안정에 힘쓸 것을 주문했다.
리 총리는 “상장사의 수준과 투자가치를 제고하고 중장기 자금의 시장 유입과 시장 안정성을 강화해야 한다”며 증시 부양책을 내놓겠다는 방침을 시사했다.
한편 중국 주요 국영 은행들은 환율 방어를 위해 위안화 매수, 달러화 매도에 나서고 있다. 투자은행 나티시스의 게리 응 아시아태평양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위안화 환율을 안정시키고 증시에 대한 부정적인 시장심리에 대응하기 위한 분명한 정책적 신호”라고 해석했다. 이날 중국 정부의 증시 부양 소식에 중화권 증시는 강세를 보였다. 홍콩 H지수는 2.78% 급등했고 상하이종합지수도 0.53% 상승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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