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재무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을 신청한 태영건설의 92곳 공사 현장에서 협력 업체들이 대금 미지급 등 직간접적인 피해를 입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대형 건설업체 자금난이 지속되면 협력업체까지 흑자 도산할 우려가 있다며 ‘발주자(시행사) 하도급대금 직접지급 의무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4일 대한건설정책연구원(건정연) ‘부동산 PF 위기 진단과 하도급업체 보호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대한전문건설협회가 태영건설 하도급 공사를 수행 중인 회원사를 대상으로 긴급 피해사례를 조사한 결과, 현장 92곳에서 직간접적인 피해가 발생했다. 조사는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5일까지 이뤄졌으며 452개사 862개 현장 가운데 71개사 104개 현장이 응답했다.
조사 결과 14개 현장에서는 공사 대금이 지급되지 않았다.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 지급 기일(60일→90일)이 변경된 현장도 50곳에 달했다. 12개 현장에서는 현금 결제 대신 어음이나 외담대로 전환됐다. 어음할인이 불가능한 현장도 14곳 있었다. 건정연은 발주처 직불 전환된 현장 2곳도 피해 현장으로 분류했다. 발주자와 수급인이 계열사 관계인 경우 ‘하도급대금지급보증’을 우회하는 수단으로 남용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대형 건설사와 달리 중소 하도급 업체가 대부분인 협력업체는 재무구조가 취약해 자금 경색이 수개월만 이어져도 도산할 가능성이 크다. 동아건설이 1998년 외환위기 여파로 부도를 맞았을 때 협력업체 1480곳 가운데 389곳이 무너진 전례가 있다. 쌍용건설이 2013년에 워크아웃에 돌입했을 때도 협력업체 800여 곳이 금융권의 신용불량 목록에 올랐다.
이에 건정연은 정부 등 관련 기관의 선제적인 대응을 제안했다. 구제적으로는 보증기관(건설공제조합, SGI서울보증 등)마다 다른 ‘하도급대금지급보증’ 약관을 표준화하고 ‘발주자 직불 합의’ 시 지급보증이 면제되는 현행 요건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또 임의규정에 불과한 ‘발주자의 하도급대금 직접지급’을 강행규정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건정연은 원청사가 워크아웃 및 법정관리를 개시했을 때 협력업체가 취할 대응 방안도 제시했다. 워크아웃 시 협력업체는 채권단 관리절차가 개시되기 전에 보증금 지급 요청을 하거나 발주처와 직불합의를 해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보증사고가 발생하면 공사금액이 보증되지 않아 공사를 중단할 필요가 있다. 법정관리가 진행될 시에는 모든 채권·채무관계가 동결되는 만큼 사전에 현장 공사 중단 여부를 결정하거나 하도급대금의 성격(공익·회생 채권)에 따라 보전 가능성을 살펴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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