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감독에게 작품은 자식과도 같다. 최동훈 감독에게는 '외계+인' 시리즈가 그랬다. 누군가는 이 작품이 최동훈 감독의 연출력을 판단할 단편적인 지표가 됐을지 모르지만 혹독한 평가를 받아내는 순간에도 그는 후반 작업에 심혈을 기울였다. 그리고 끝내, 편집만이 남은 숙제였던 작품의 개봉을 성공시켰다.
지난 9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외계+인' 2부(감독 최동훈)를 연출한 최동훈 감독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외계+인' 2부는 신검 쟁탈전에 본격적으로 합류한 이안(김태리)과 무륵(류준열)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최동훈 감독은 먼저 결과물을 공개한 소감을 밝혔다. 그는 "긴장됐다. 첫 번째 시사가 언제나 기자 시사고 첫 관객이다. 처음 보여주는 순간부터 긴장이 된다는 뜻이다. 늘 하는 이야기지만, 1부는 너무 외로웠던 영화였다. 운명적으로 2부가 완성되어야 끝을 보게 되지 않나. 이제 그 끝을 보여드릴 수 있어서 기쁘기도 하고 (반응이) 궁금하다"고 토로했다.
최동훈 감독은 1부의 실패로 인한 쓰라린 아픔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1부 끝나고 난 다음에 굉장히 심적으로 힘들었다. 주변 사람들에게 전화해서 '왜 망했냐' 물었는데 하는 이야기가 항상 똑같았다. '나는 재밌게 봤다'고 하더라. 제작자랑 '어떻게 하지?' 이야기도 했지만 '2부는 더 재밌을 거야', '일하러 가자'라고 말하며 격려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최동훈 감독은 2부의 작업을 위해 편집실에 간 첫날을 회상했다. 그는 "(함께 작업하는 분이) 20년째 같은 편집 기사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이제 시작할까요?'라며 가편집본을 보더라. 괴로웠던 마음을 2부 작업을 하면서 구원받았다. 1년 반 동안 작업하면서 영화감독으로서 영화를 만드는 것을 좋아했었다는 것을 느끼게 됐다. 열심히 작업해서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이것이 영화감독의 숙명이고 나 또한 앞으로도 이 숙명 속에 살겠다는 생각을 했다. '도사가 나오는 영화를 찍다 보니 도를 닦고 있나'라고 생각했다"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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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훈 감독은 스스로를 "멘탈이 강한 사람은 아니다"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그런 그의 주변에는 중심을 잡아줄 사람들이 존재했다. 그는 멘탈이 흔들리던 때를 떠올리며 "그럴 때마다 오래 함께한 사람들이 주변에 있었다. 신민경 편집 기사님, 장영규 음악감독님, 제갈승 CG 슈퍼바이저님, 이 세 분이 많은 도움을 주셨다. 나의 등을 가장 많이 다독여주고 편집본을 계속 바꾸고 수정하는데도 일언반구의 실망과 투덜거림이 없었다. 그분들 덕분에 다시 즐겁게 작업할 수 있게 됐다"고 감사한 마음을 표현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외계+인' 2부에 담긴 소중한 의미를 전했다. 그는 "인생의 우여곡절이 사람을 보여주는 것 같다. 영화 안에서도 등장인물들이 만나고 헤어진다. 그렇게 모두 살면서 만났던 사람들에 대한 기억을 안고 살아간다. 그런 면에서 영화 속 세계랑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가 다르지 않다고 느꼈다. 이 영화의 끝에서 관객분들도 그 점을 느끼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한편, 최동훈 감독과 그의 곁을 지킨 소중한 이들의 피, 땀, 노력이 담긴 '외계+인' 2부는 전국 극장 상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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