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음악을 위한 공간인 아레나에서 노래하다 보니 노래하는 게 즐거워요.” (악동뮤지션 이수현)
27일 인천 영종도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악뮤(AKMU) 2023 콘서트: 악뮤토피아(AKMUTOPIA)’ 인천 공연이 열렸다. ‘악뮤토피아’는 4년 만에 열린 악동뮤지션의 전국 투어 콘서트로, 지난해 11월 서울을 시작으로 부산·광주·고양·대구·창원 등을 거쳐 27~28일 양일 인천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대장정의 막을 내린다.
이날 공연에는 특별한 점이 또 있었다. 최대 1만 5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국내 최초 다목적 실내 공연장인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투어의 마무리를 진행하게 됐다는 점이다.
만족스러운 음향, 최적화된 콘서트 공간…'이것'이 다르다
인스파이어 아레나는 지난해 11월 소프트 오프닝으로 첫 선을 보인 인천공항 인근 리조트 ‘인스파이어 엔터테인먼트 리조트’의 부속시설 중 하나다. 2016년 사업자로 선정된 뒤 7년 만에 완공된 아레나는 지난해 12월 ‘멜론뮤직어워드(MMA) 2023’을 시작으로 태민·동방신기·SBS 가요대전 콘서트 등 다수의 K팝 공연이 열렸다.
국내 첫 아레나급 공연장(1만~2만 석 공연장)인 인스파이어 아레나는 국내 5000석 이상 공연장 중 건축 음향이 고려된 첫 사례이기도 하다. 체육시설로 설계된 기존 공연장의 특성상 음향 반사각이나 흡음재 등을 고려할 필요가 없었지만, 인스파이어는 설계 단계부터 이를 고려함과 동시에 세계 최고로 꼽히는 메이어 사(社)의 음향 시스템을 설치했다.
실제로 이날 공연의 음향은 매우 또렷했다.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 ‘작별인사’ ‘스투피드 러브 송(Stupid Love Song)’ 등 잔잔한 노래부터 ‘다이노소어(DINOSAUR)’ ‘사람들이 움직이는 게’ ‘200%’ 등 신나는 노래에 이르기까지 모든 장르의 노래가 선명하게 관객의 귀에 꽂히는 모습이었다. 앙코르 전 마지막 곡인 ‘오랜 날 오랜 밤’에서는 악동뮤지션 이수현의 감성적인 보컬과 함께 이찬혁과 나눈 화음도 흐트러짐 없이 전달됐다.
무대와 객석을 상황에 맞게 조정할 수 있다는 점은 인스파이어 아레나의 특성이다. 360도 콘서트일 경우 최대 1만 5000명의 관객이 수용 가능하다. T자 돌출형 무대는 약 1만 명, 스탠딩 콘서트는 약 1만 3000명이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 이날 악동뮤지션 콘서트는 돌출 무대 없이 무대를 꾸려 약 7000명의 관객이 공연장을 찾았다.
아티스트와 가까운 거리도 장점이었다. 비슷한 규모의 인원이 수용 가능한 KSPO 돔은 아티스트와 관객 간의 거리가 85m이지만, 인스파이어 아레나는 75m로 가깝다. 좌석 단차도 최대 45㎝로 높은 편이어서 다른 관객에 의해 시야가 방해받을 가능성도 낮다. 기존 공연장의 3층 객석에서는 아티스트의 얼굴이 흔히 ‘면봉 크기’처럼 작게 보이는 게 일반적이지만, 기자가 앉은 인스파이어 아레나의 3층 객석에서는 아티스트의 이목구비를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경사도 가파르지 않아 안전 사고의 우려는 적어 보였다. 최근 미디어 간담회에서 장현기 인스파이어 아레나 GM은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얼굴이 가까이 보인다는 점에서 관객들의 만족감이 높다”고 밝혔다.
가까운 거리에 힘입어 아티스트와 관객들은 편안하게 대화를 주고받았다. 분홍색 옷을 입은 관객 중 한 명을 뽑아 아티스트가 노래를 불러주는 팬 이벤트도 무리 없이 진행됐다. 이수현은 “공연 때문에 체력적으로 힘들 만했는데 (여러분 덕분에) 힘들지 않아서 즐거웠다.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주셔서 감사하다”는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밥은 어디서 먹죠?”…부족한 식음료 시설·혼잡한 교통은 문제
인스파이어 리조트가 표방하는 것은 ‘올 인 원 엔터테인먼트’, 즉 리조트 안에 모든 엔터테인먼트 시설이 갖춰졌다는 점이다. 인스파이어 아레나를 비롯해 150m 길이의 대형 LED로 꾸며진 몰입형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거리 오로라와 LED 샹들리에가 설치된 초대형 원형 홀 로툰다, 유리돔 형태의 다목적 실내 워터파크 스플래시 베이 등이 모두 한 자리에 마련되어 있다.
다만 지금은 공연 전 즐길거리가 충분하지 않아 아쉬움을 샀다. 인스파이어 리조트는 오는 1분기 리테일 시설, 2분기 푸드코트 개점을 앞두고 있다. 수 차례의 공연이 열렸는데도 문을 연 레스토랑은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그마저도 사람들이 몰려 식사 시간이 지난 오후 2시에도 ‘대기 시간 100분’이라는 메시지가 안내되기도 했다. 인스파이어 인근에는 도보로 갈 만한 식당이 없어 공연 전 식사를 하기 위해 택시를 타고 이동해야만 했다.
교통은 리조트 개장 이전부터 꾸준히 지적받은 사항이다. 인스파이어 리조트는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약 13㎞ 떨어져 있어 무료 셔틀버스나 택시를 타고 이동해야 한다. 인스파이어 측은 “현재 공항과 인스파이어를 오가는 20대의 셔틀버스가 5분 간격으로 배치되어 있다”고 밝혔다. 서울에서는 홍대·명동·대림·김포공항을 아우르는 셔틀버스가 하루 4대 운행한다.
택시를 선택할 경우 공항에서 1만 2000원 내외의 요금으로 10분 만에 이동할 수 있다. 하지만 이날 택시를 타고 인스파이어 리조트 내부로 이동할 수는 없었다. 리조트 밖에서 정차해야 한다는 안내를 받은 탓이다. 콘서트 내부 차량으로 혼잡할 것이 예상되어 내린 조치로 해석됐다. 리조트 이용객과 아레나 이용객이 분리되지 않아 동선이 더욱 혼란스럽게 느껴졌다.
더욱이 문제는 자가용 차량을 이용하는 경우다. 이날 오후 1시 이전부터 인스파이어 리조트 앞에는 차량 대열이 길게 늘어섰다. 공연 시간에 가까워지자 택시를 타고 이동하던 중에도 꽉 막힌 도로로 인해 중간에서 내려 걸어야만 했다. 이날 콘서트는 이전 대비 넓어진 관객층으로 인해 차량을 이용하는 관객이 많아진 듯 보였다. 이로 인해 오후 5시에 예정된 바 있는 콘서트는 “주변 교통 상황으로 인해 20분 늦게 시작하겠다”는 공지와 함께 지연됐다. 주차난이 공연 자체에도 영향을 미친 셈이다.
장 GM은 “현재 인스파이어 리조트에는 3600대의 차량을 주차할 공간이 있다. 이면도로까지 하면 4000대를 주차할 수 있다”면서 “리조트 주변 빈 공간이 많아 올해 상반기까지 2000대 주차 공간을 추가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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