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해외에서 국내 작가들의 활약이 뜨겁다. 30~50대의 비교적 젊은 작가들이 미술의 본거지인 유럽의 대형 미술관과 정상급 갤러리에서 전시를 열며 세계적인 컬렉터들에게 눈도장을 찍고 있다. 지난해부터 미국 전역에서 한국 작가들의 이름을 건 전시가 우후죽순 열리고 있는 가운데 올해 유럽에서 K-아트의 큰 흥행이 시작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현재 유럽에서 활약하는 작가들은 회화부터 조각까지 제작하는 작품의 매체와 연령대가 모두 다채롭다. 그 중 대표 주자는 이미 거장 반열에 올라선 설치 미술가 양혜규. 양혜규는 지난해 12월부터 핀란드 헬싱키 미술관에서 자신의 첫 개인전인 ‘양혜규: 지속재연’ 전시를 열고 있다. 이번 전시는 지난해 9월 벨기에 겐트시립현대미술관(S.M.A.K.)에서 막을 내린 ‘양혜규: 몇몇 재연’의 순회전 중 일부다. 이미 독일, 오스트리아 등 수많은 유럽 국가에서 주목 받아 온 작가는 지난해 한국 작가 최초로 S.M.A.K.에서 전시를 열며 다채로운 조각 작품을 선보여왔다.
양혜규는 지난해에는 영국의 현대미술 전문지 ‘아트리뷰’에서 ‘2023 파워 100’에 71위로, 독일의 경제잡지 ‘캐피탈’에는 세계 100대 작가 중 93위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이번 헬싱키 미술관 전시에서 작가는 21점의 조각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대형 조각들의 집합인 ‘전사신자연인-가청화(2023)’ 외 다양한 블라인드 작업, 종이 콜라주 작업을 소개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도 한국 작가들을 주목하고 있다. 마리안 이브라임 파리 갤러리에서는 ‘흙의 작가’ 채성필(52)이 첫 개인전을 열고 있다. 채성필은 만물의 근원인 ‘흙’을 매개로 캔버스에 대자연의 역동적인 생명력을 표현하는 작가로 잘 알려져 있다. 지난해 갤러리 뒤몽테유 상하이에서 개인전을 연 후 파리에서 개인전을 열면서 국내 뿐 아니라 해외 컬렉터들에게도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마리안 이브라임 파리 갤러리와 전속 계약을 체결하고 ‘테레스 드 레베스’라는 이름의 전시를 2월 3일까지 진행한다.
현재 서정아트 서울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는 정영환은 오는 5월 프랑스 파리의 페로탕 갤러리에서 열리는 기획전에 자신의 작품을 출품할 예정이다. 작가는 작품 속에서 인물이 없는 몽환적인 ‘푸른 숲’을 다양하게 변주하는데, 작품이 풍기는 분위기가 세련돼 자동차, 가전 등 제품 광고에도 활용되고 있다.
하반기에는 국내 작가들의 유럽 활동이 더 풍성해질 것으로 보인다. 양혜규는 현재 진행 중인 헬싱키 미술관 전시를 오는 4월 마무리하고, 10월 9일부터 내년 1월 5일까지는 런던 헤이워드 갤러리에서 새로운 전시를 진행한다. 헤이워드 갤러리는 1988년 백남준의 개인전을 연 후 30년 만인 지난 2018년 이불 작가의 개인전을 진행하며 한국 작가에 관심을 기울여 왔다. 정희민(37)은 타데우스 로팍 런던 갤러리에서 올해 11월 첫 번째 개인전을 연다. 정희민은 디지털 이미지를 회화와 조각으로 변환해 작품을 제작하는 작가로, 2022년 두산연강예술상 수상자로 선정된 30대 젊은 작가다. 지난해에는 타데우스 로팍과 전속 계약을 체결하며 이목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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