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당국이 올해 대학 입시에서 무전공 선발 비율을 높인 대학에 더 많은 지원금을 지급한다. 비율에 따라 지원받는 금액 차이가 최고 30억 원 이상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무전공 미시행 대학 10곳 중 8곳이 도입 의사를 밝히고 있는 만큼 대학 재정 지원 확대를 통해 융합 인재 양성에 속도를 내겠다는 포석이다. 다만 정원이 정해져 있는 의대와 사범대는 무전공 입학 후 선택할 수 없도록 했다.
교육부는 이 같은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하는 ‘2024년 대학 혁신 지원 사업 및 국립대학 육성 사업 기본 계획’을 30일 발표했다. 사립대와 서울대·인천대 등 국립대 법인을 117곳 대상으로 지원하는 대학 혁신 지원 사업에는 8852억 원, 국립대 법인을 제외한 전체 국립대 37곳을 지원하는 국립대학 육성 사업에는 5722억 원의 예산이 편성됐다.
대학별 지원액은 재학생 수, 저소득층 수 등 산식에 따라 배분되는 ‘재정 지원 사업비(포뮬러)’와 대학 혁신의 성과 평가 결과에 따라 배분되는 ‘성과급(인센티브)’으로 구성된다. 올해는 총액의 50~60%가 인센티브로 차등 지급된다. 교육부는 이 중 인센티브를 통해 무전공 확대 대학을 선별 지원하기로 했다.
당초 교육부는 2025 대입에서 수도권 사립대는 20%, 국립대는 25% 이상 무전공 신입생을 뽑아야만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그러나 속도 조절 등을 이유로 반대 의사를 밝힌 대학들이 많자 방향을 바꿔 하한선을 없앴다. 대신 무전공 선발 비율에 따라 최대 10점(국립대학 육성 사업은 최대 8점)의 가산점을 부여한다.
각 대학이 택할 수 있는 무전공 유형은 두 가지다. ‘유형1’은 자유전공학부처럼 신입생이 전공을 정하지 않고 입학하는 방식, ‘유형2’는 계열·학부 등 광역 단위로 모집한 뒤 광역 단위 내 모든 전공을 택하거나 광역 단위 내 학과별 정원의 150% 이상 범위에서 전공을 고를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다만 무전공 선발 비율이 동일하더라도 선발 방식에 따라 가산점은 차이가 난다. 전공 선택의 제약이 더욱 적은 유형1의 선발 비율이 높을수록 가산점이 높다. 대학 혁신 지원 사업에서 가산점 10점을 받으려면 무전공으로 25% 이상 선발하면서도 그 가운데 10% 이상을 유형1로 뽑아야 한다. 각 대학은 인센티브 평가에서 최고 S(95점 이상)에서 A(90점 이상∼95점 미만), B(80점 이상∼90점 미만), C(80점 미만) 등급을 부여받는다. 등급은 가산점을 부여하는 혁신 성과 외 핵심 교육 성과, 자체 성과 관리 등을 종합해 결정하기 때문에 가산점으로 등급이 얼마나 오를지 명확히 알 수는 없다. 다만 가산점 10점을 받을 경우 등급이 1∼2개 올라 인센티브를 더 많이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립대 한 학교당 평균 인센티브(37억 6000만 원)를 기준으로 지원금을 계산해보면 S와 C등급 간 금액 차이가 33억 원 이상 벌어진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해 말 추진 의사를 밝혔다 접은 무전공 입학생의 의대 진학은 불가능하도록 못 박았다. 교육부는 전공 선택권 범위에 정부가 정원을 관리하는 보건 의료 계열, 사범 계열은 제외했다. 예체능·종교 계열은 대학이 자율적으로 전공 선택권 범위에서 제외·포함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희소·특수학과, 첨단학과, 계약학과 등도 역시 개별 대학이 자율적으로 전체 모집 정원의 10% 한도에서 전공 선택 범위에서 제외할 수 있다.
교육부는 재정 지원을 통해 무전공 선발 비율을 25% 이상 끌어올릴 방침이다. 대학들도 확대 의사를 밝히고 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최근 190개교 회원대학 총장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유전공·무전공을 운영하지 않는 대학 74개교 중 이 57개교가 앞으로 도입할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다만 총장들은 ‘학문 편중 및 전공 쏠림 현상’이 우려된다며 대학 및 계열 특성에 따른 도입·운영의 자율성 확보와 개선책 마련, 장기적 관점에서 의견 수렴과 시범 운영 등을 거쳐 도입 시기 조절 등을 제안했다. 이 장관은 “학과·전공 간 벽을 허물고 학생들의 다양한 전공 선택 기회를 보장해 변화하는 산업·사회의 수요에 맞는 창의적인 인재를 길러내기 위해서는 과감한 대학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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