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행정조사 중 조사대상자의 기본권 침해를 방지하기 위해 기존 법령 조항 개선을 권고한 가운데, 국무조정실과 법무부가 이를 불수용했다.
31일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 따르면 행정조사기본법·사법경찰직무법·특별사법경찰관리에 대한 검사의 수사지휘 및 특별사법경찰관리의 수사준칙에 관한 규칙 등 기존 법령 조항을 개선하라는 인권위의 권고에 대해 소관부처인 국무조정실과 법무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국무조정실은 행정조사의 목적이 범죄 수사와 명백히 구분되므로 범죄 수사와 같은 수준으로 권리를 보호해야 할 필요성이 적고, 현행법 체계에서도 권리 보호의 수준이 충분하므로 개정의 실효성이 없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법무부는 행정조사의 오남용을 예방하기 위해 정기적인 교육을 실시하도록 하는 사법경찰직무법 개정이 법체계상 부적절하다고 회신했다.
인권위는 지난 22일 상임위원회에서 국무조정실과 법무부가 권고를 불수용했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두 기관이 실제 조사 현장에서 나타나는 권한의 오남용 문제를 적극 대응하고자 하는 의지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앞서 인권위는 지난해 8월 행정조사 중 조사 대상자의 기본권 침해를 예방하고 적법 절차 준수 요구가 소홀히 처리되지 않도록 기존 법령 개정을 국무조정실과 법무부에 권고한 바 있다. 행정조사는 조사 대상에 따라 조사대상자의 기본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고, 특별사법경찰관리가 수사·행정 조사 방법을 편의적으로 사용할 경우 형사절차상 규정된 기본권 보호 장치가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인권위는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행정조사와 특별사법경찰 제도를 폭넓게 활용하고 있다”면서 “조사를 관할하는 국가기관은 조사대상자에 비해 더 많은 권한을 가진 경우가 많아 기본권 침해 등의 문제가 조사 현장에서 종종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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