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강의 라인업이라는 평가가 무색하게 경기 종료 후에는 어김없이 ‘졸전’ ‘진땀승’ 등 초라한 수식어가 붙는다. 그러나 숱한 위기와 비판 속에서 살아나면서 오히려 클린스만호의 기세는 매섭게 오르고 있다. 8회 연속 아시안컵 8강에 진출한 ‘기세의’ 한국이 ‘사커루’ 호주와 준결승 진출을 다툰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3일 0시 30분(한국 시각) 카타르 알와크라의 알자눕 스타디움에서 호주를 상대로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8강전을 치른다.
한국은 최근 3경기 연속 무승부(16강 사우디아라비아전 승부차기 승 포함)로 기대에 못 미치는 경기력을 보여줬다. 손흥민(토트넘)·황희찬(울버햄프턴)·이강인(파리 생제르맹)·김민재(바이에른 뮌헨) 등 세계 최고의 클럽 소속 선수들로 구성된 전력에도 좀처럼 승리를 따내지 못했다. 그러나 8강 진출이 걸린 사우디아라비아전에서 후반 추가 시간에 터진 조규성(미트윌란)의 동점골과 조현우(울산)의 승부차기 선방 쇼로 ‘극장 승리’를 거두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어드밴티지를 얻었다.
기세가 오른 한국은 호주와 9년 만의 설욕전을 벌인다. 2015년 호주 대회 결승전에서 맞붙은 후 두 팀은 아시안컵에서 처음 맞붙는다. 당시 한국은 연장전 끝에 1대2로 졌는데 이번에는 그 아픔을 되갚아줄 차례다. 상대 전적에서는 한국이 8승 11무 9패로 열세지만 최근 2경기에서는 1승 1무로 앞선다. 또 호주에는 유럽 빅리그 소속 선수가 한 명도 없어 객관적인 전력에서도 한국이 앞선다.
임형철 해설위원은 “선수 면면에서는 한국이 우세할지 모르지만 호주는 조직력이 좋은 팀”이라며 “특히 2022년 카타르 월드컵 때부터 지휘했던 그레이엄 아널드 감독이 여전히 팀을 이끌고 있어 조직력은 한국보다 앞선다”고 평가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한국이 23위, 호주가 25위다.
관건은 체력 회복 여부다. 사우디와 연장전까지 치른 한국은 8강전까지 쉴 시간이 68시간 정도밖에 없는 반면 호주는 122시간가량 쉰다. 조별리그 B조를 2승 1무, 1위로 통과한 호주는 지난달 28일 16강에서 인도네시아를 4대0으로 꺾고 8강에 선착했다.
64년 만의 아시안캅 우승에 도전하는 클린스만호는 호주전에서 경고 누적도 신경 써야 한다. 조별리그부터 팀 주축인 손흥민·김민재·이강인 등 총 10명이 경고를 받았다. 이들 가운데 호주전에서 옐로카드를 한 장 더 받는 선수는 준결승에 나서지 못한다. 임 위원은 “옐로카드 관리를 잘하면 좋겠지만 지금부터는 한 경기, 한 경기가 고비다. 호주도 만만찮은 상대라 카드 관리 얘기는 시기상조다. 카드를 받더라도 전력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대회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힌 일본과 이란은 8강에서 맞붙게 됐다. 일본은 바레인을, 이란은 시리아를 16강에서 꺾고 8강에 진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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