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마시지 않는 데도 간에 지방이 쌓인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는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치매 발병 위험이 최대 1.5배 증가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정일·이현웅 강남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연구팀은 2009년에 국가건강검진을 받은 60세 이상 어르신 중 1만 7064명을 분석한 결과 이 같은 연관성을 확인했다고 2일 밝혔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간에 지방이 5% 이상 쌓인 상태다. 평소 술을 마시지 않고 약물이나 간염 등의 원인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간에 많은 양의 지방이 축적돼 발병한다.
연구팀은 국가건강검진 데이터 활용이 가능한 10만 7367명 중 알코올 중독, 만성 B 또는 C형 간염 보유자, 뇌졸중 환자 등 치매 고위험군을 제외한 6만 5690을 선별했다. 체질량지수(BMI)와 허리둘레 외에 혈액검사상 중성지방, 감마지티피(GGT) 수치를 이용해 산출하는 비알코올성 지방간 예측 지표인 ‘지방간 지수(Fatty Liver Index)’를 토대로 지방간 환자 5837명과 지방간이 없을 것으로 생각되는 4만 1551명 등 총 4만 7388명을 최종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이들 중 치매 증상이 있는 그룹은 15.2%(7209명)였다. 연구팀은 치매 환자 2844명을 실험군으로 이들과 연령·성별·혈압·혈당·흡연 여부 등을 매칭한 1만4220명을 대조군으로 규정하고 비교했다.
비알코올성 지방간 외에 치매 발병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을 배제하는 방식으로 분석한 결과 비알코올성 지방간을 앓는 환자는 치매 발병 위험이 1.49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전통적으로 치매 위험인자로 알려진 당뇨병 유무에 따라 비알코올 지방간이 치매 발생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지는지 추가로 살펴보았다. 그 결과 당뇨병 보유 여부와 관계없이 비알코올 지방간이 있는 그룹에서 치매 발병 위험이 최대 1.54배 높아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확인됐다.
연구팀은 60세 이상 어르신에서 비알코올성 지방간만으로도 치매 발생 확률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증명한 데 의미가 있다고 봤다. 연구를 주도한 이정일 교수는 “같은 대사성질환인 당뇨병이 치매 발생에 영향을 준 것처럼 비알코올 지방간도 치매 발생 확률을 높이는 것으로 조심스럽게 예측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당뇨병이나 비알코올성 지방간 치료의 첫걸음은 체중을 감량하고 운동으로 근육량 감소를 막는 것이다. 치매 발생 확률을 낮추기 위해서라도 적극적으로 생활 습관을 교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국연구재단 지원으로 진행된 이번 연구 결과는 ‘싱가포르 의학 아카데미 연보’ 최신호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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