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해 집권 10년간 핵탄두를 2배 늘린 시진핑 국가주석이 핵전력 과시에도 나설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핵굴기로 미국 뿐 아니라 러시아까지 새로운 핵경쟁 시대가 시작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는 시 주석이 중국의 어떤 지도자보다 빠르게 핵무기를 늘리며 미국과 러시아의 핵무기 보유 수준에 좀 더 다가섰다고 평가했다.
미국 국방부 보고서에 따르면 시진핑 국가 주석은 집권 10년간 핵탄두 보유량을 약 500개로 2배 늘렸으며 이 속도라면 2035년까지 1500개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NYT는 중국의 핵무기 증강 배경에 시주석의 불안과 야망이 동시에 작용한 것으로 분석했다.
강력한 적인 미국에 비해 중국의 기존 핵전력이 열세라는 우려와 함께 강대국이 되려면 강력한 핵전력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맞물린 결과라는 것이다. 특히 중국과 주변국의 영토 분쟁, 미국의 아시아·태평양지역 영향력 확대 추진 등이 시 주석의 핵전력 증강 노력에 영향을 준 요인으로 꼽혔다.
실제 중국의 군사 전략가들은 자국 핵무기를 '방패'에서 벗어나 적국을 위협하고 굴복시킬 수 있는 '잠재적 검'으로도 보고 있다. 중국이 핵무기를 발사하지 않아도 핵탄두를 장착한 미사일과 폭격기, 잠수함을 동원하는 무력시위만으로도 다른 나라에 벼랑 끝으로 치닫는 위험을 경고할 수 있다는 것이다.
NYT는 중국은 핵 공격을 할 수 있는 보다 정교한 미사일과 잠수함, 폭격기, 초음속 비행체를 개발하고 있으며, 새로운 지하 핵실험을 할 수 있게 신장자치구의 핵실험장을 보강했다고 보도했다.
시 주석의 행보는 중국이 1964년 처음으로 원자폭탄을 실험한 이후 전쟁에서 핵무기를 먼저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며 핵 공격을 당할 때 대응할 수 있는 정도의 핵무기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한 이전 지도자들과는 다른 모습이다.
이 때문에 중국의 핵전력 증강이 새로운 핵 경쟁의 시대를 열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중국이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는 대만의 미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으로 관측됐다. 대만의 안보를 지원하는 미국이 개입에 나설 경우 중국이 이를 경고하고 미국의 개입을 제한하는데 '핵 카드'를 사용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나온다.
중국 군사 전략가들은 미국에 적대적인 러시아 또한 ‘핵 카드’를 사용해 미국의 간접적 개입을 막았다고 보고 있다. 이들은 러시아의 핵 경고가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대응을 제약했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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