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5일 “국민들의 사랑에 보답하고 우리나라가 발전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작은 힘이나마 보탤 것”이라며 “앞으로는 국민 여러분과도 자주 만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치 활동 재개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지만 보다 적극적인 대외 활동을 예고한 발언이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 농단 사건으로 탄핵을 당했지만 대통령 재임 시절의 떳떳함을 강조하는 동시에 문재인 정부의 외교정책을 저격하는 등 그동안 말을 아껴온 정치적 소신도 과감히 드러냈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대구의 한 호텔에서 자신의 회고록 ‘어둠을 지나 미래로’ 북콘서트를 열고 “역사는 반복되면서 우리에게 교훈을 준다고 한다”며 “돌아보면 아쉬운 시간도 많았고 후회스러운 일도 있었다”고 회고했다. 박 전 대통령이 2017년 국정 농단 사태로 탄핵된 후 간담회 형식의 행사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 전 대통령은 “오늘 이 자리에 올 수 있었던 것은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고 열심히 재활 운동을 한 덕분”이라며 자신의 근황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건강 문제와 회고록 집필 등으로 외출을 자제했는데 앞으로는 시장이나 주변 관광지를 다니며 국민들을 자연스럽게 볼 수 있었으면 한다”며 공개 활동이 잦아질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가까이 있던 사람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국민께 실망을 드렸던 것은 저를 참 힘들게 했다”면서도 “재임 중 사소한 실수는 있었을지라도 국민 앞에 부끄러운 일은 한 적이 없어 떳떳하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판도 서슴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의 한일 위안부 합의 파기를 거론하며 “신뢰는 국가 발전의 핵심 인프라이기 때문에 국가 간 약속을 뒤집으면 어떤 나라가 한국을 신뢰하겠느냐”며 “한일 위안부 합의는 최선의 결정이었고, 역사가 판단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전 대통령은 2021년 늦가을 감옥에서 썼던 자필 메모도 처음 공개했다. 박 전 대통령은 메모에 ‘2006년 테러 이후의 저의 삶은 덤으로 주어져 나라에 바쳐진 것이라 생각했기에 제 일신에 대해서는 어떠한 미련도 없다’며 ‘이제 모든 멍에를 묻겠다. 누구를 탓하거나 원망하는 마음도 없다. 서로를 보듬으면서 더 나은 대한민국을 만들어주기 바란다’고 적었다.
총선을 65일 앞두고 ‘보수의 심장’ 대구에서 열린 이날 행사에는 주최 측 추산 700여 명이 참석했다. 국정 농단 사건 당시 박 전 대통령 수사를 담당했던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화환을 보내 축하했다. 총선에서 대구 달서갑 출마를 선언한 유영하 변호사는 행사 내내 단상에서 박 전 대통령의 옆을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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